유커 빈자리 메운 아시아 관광객, 면세업계 큰 손으로
상반기 중국 관광객은 감소한 반면 일본 등 아시아 관광객은 증가
화장품 구매제한 덕에 업계 출혈 경쟁 완화…매출 및 수익성 개선에 한 몫
사드 사태로 꽁꽁 얼어붙었던 면세점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기존 면세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했던 중국 단체 관광객의 회복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지만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유커의 빈자리를 빠르게 메우고 있다.
25일 관세청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면세점 총 매출은 9조19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늘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면세점 시장 규모가 18~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드 사태 이전 면세점 황금기를 이끌었던 중국 관광객 수는 상반기 21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일본 관광객(131만명)이 18.0% 증가한 것을 비롯해 대만, 홍콩,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와 중동 지역 관광객도 12.4% 증가한 242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여기에 다른 관광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 규모가 작았던 일본 관광객의 1인당 지출 경비가 지난해 상반기 802.2달러에서 올 상반기 893.9달러로 증가하고, 방한 관광객들의 체류 기간이 늘어난 점도 면세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면세점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중국 관광객”이라면서도 “상반기 방한 관광객이 늘면서 매출 확대에 보탬이 된 것은 맞다. 다만 예전 유커들처럼 명품 가방이나 시계 등 고가 제품 보다는 화장품 등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한 때 면세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됐던 중국 보따리상(따이공)들도 시장 확대에 보탬이 됐다.
따이공들은 구매력을 앞세워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면세점들과 직접 거래하며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챙기면서 면세업계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대량 구매로 매출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로 지출되는 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주요 화장품 업체들이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구매제한 정책을 실시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완화됐다. 따이공들이 원하는 물량을 채우기 위해 공항 면세점은 물론 시내에서도 면세점 여러 곳을 돌면서 경쟁 강도가 한층 낮아진 덕분이다.
다만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 구매해 자국에서 유통하는 방식이 지속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일부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부작용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됐던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는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8일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에 이어 11월에는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이 오픈할 예정이다. 신세계와 현대 모두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어 명품 입점 등 상품 구색 측면과 고객 유치 등 마케팅 측면에서 노하우가 쌓인 만큼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픈 초기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일정 부분 출혈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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