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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넘어 '새활용'…패션업계 업사이클링 바람


입력 2018.07.15 06:00 수정 2018.07.15 07:03        손현진 기자

비닐, 플라스틱 등 폐기물에 디자인과 기능 입혀 가치↑

사회적·환경적 책임 위한 친환경 캠페인에 동참하는 기업 증가

패션업계에서 업사이클링 제품 출시와 친환경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네파 레인트리 캠페인, 아디다스 팔리 러닝화, 컨티뉴 가방, 큐클리프 가방, 빈폴 바이크위라이크 캠페인. ⓒ각 사

최근 비닐 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환경오염은 물론 자원낭비까지 야기한다는 점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패션업계에서는 자발적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출시하고 친환경 캠페인에 나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

지난 5월 정부는 2022년까지 일회용컵과 비닐봉지의 사용량을 35% 줄이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소시키며,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1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업사이클 제품 출시와 관련 캠페인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업사이클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이 합쳐져, 폐기물을 본래 가치보다 높게 재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방수 원단의 자투리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우산 커버를 만들었다. 또 이 제품을 비닐 우산커버 대용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레인트리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 캠페인에서 네파는 나뭇잎을 형상화한 초록색 재활용 우산 커버와, 우산 커버를 보관할 수 있는 나무 모양의 '레인트리'를 국립중앙박물관과 영풍문고, 갤러리카페 등 문화·예술 공간에 설치했다.

이는 비가 오는 날 해당 건물 이용객들이 우산 커버를 레인트리에 걸면, 레인트리가 상징하는 나무가 자라나는 데 동참하게 된다는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레인트리 캠페인은 기업이 먼저 비닐, 플라스틱 등 환경에 유해한 물질의 사용을 줄여가자는 세계적인 움직임에 동참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고자 기획됐다.

이선효 네파 대표이사는 "이번 캠페인을 전개한 이후 친환경 우산 커버 사용에 동참하겠다는 기업과 협회 등의 연락이 쇄도했다"며 "앞으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에코 제품을 만들고, 레인트리 캠페인의 지속 전개와 다양한 단체와의 협업으로 친환경 도시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네파 레인트리 캠페인. ⓒ네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해양환경 보호단체 팔리포더오션(Parley for the Oceans)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소재로 사용한 러닝화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러닝, 축구에 이어 아웃도어, 오리지널스 등 팔리 라인을 전 카테고리로 확장하고 있으며, 향후 의류와 신발을 생산할 때 버진 플라스틱(석유가 원재료가 된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팔리 러닝화 한 켤레에는 평균 11개의 플라스틱 병이 재활용된다. 이는 신발 갑피, 끈, 발목을 잡아주는 힐 카운터와 삭 라이너 등에 사용된다.

아디다스는 팔리와 협업해 해양 지역에서 병을 수거하고, 이를 재활용한 기능성 의류와 신발을 제작한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장기적으로 해결하고자 만든 A.I.R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A는 Avoid(방지), I는 Intercept(차단), R은 Redesign(재설계)의 약자다.

이 전략은 제품 제작 단계에서 지속 가능한 재료의 비중을 더 늘려 환경 혁신을 새로운 산업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브랜드 빈폴은 브랜드 상징인 자전거를 활용한 지속가능성 캠페인을 선보였다. ‘바이크 위 라이크(Bike we like)’라는 이름의 이번 캠페인은 자전거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도시에 버려진 자전거를 업사이클링해 섬마을에 기부하는 내용이다.

이 캠페인은 자전거 재활용 사업을 펼치고 있는 사회적 기업 '두 바퀴 희망 자전거'와 함께했다. 도시에 버려진 폐자전거를 수거해 만든 업사이클링 자전거 100대가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에 기부됐다. 자전거 코스가 조성돼 있지만 관광객의 자전거 대여율이 낮은 증도에 기부해 자전거 활용을 도왔으며, 자전거 보관소 조성과 유지·보수도 지원할 예정이다.

사회적 기업 '모어댄'의 액세서리 브랜드 컨티뉴(Continew)는 폐차 가죽을 활용해 만든 가방과 지갑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는 자동차에 마찰, 고온, 습기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은 최고급 가죽을 사용하지만, 재활용되지 않고 폐차 시 버려지는 가죽을 활용하고 싶다는 아이디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가죽은 소각이 되지 않고 매립만 가능해 재활용할 수 없는 대표적인 소재 중 하나다. 컨티뉴는 폐차장에서 버려지는 카시트 가죽과 안전벨트, 에어백 등을 이어붙여 가방과 지갑 등 액세서리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앞으로는 가방을 넘어 작업화와 축구화 등 신발도 제작할 예정이다.

업사이클 브랜드 큐클리프(CUECLYP)는 각 구청의 재활용 선별장에서 소각을 앞둔 우산의 천을 분리해 제품 원단으로 사용한다. 아끼던 우산이 찢어져 버리기가 아까웠던 디자이너가 우산 천으로 방수가 되는 파우치를 만들었던 경험이 창업 아이디어로 이어진 경우다.

우산 천 외에도 버려진 가죽과 펼침막, 차양막 등으로 지갑·가방·필통·파우치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큐클리프라는 이름도 업사이클(Upcycle) 영문자를 재조합해 만들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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