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들고날때를 모르는 안철수, 이번에야말로...
<칼럼>한번의 양보와 한번의 단일화로 때를 놓친 경험
간철수의 좌고우면과 강철수의 무모함이 안철수를 망쳐
“오늘 존중하는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그 분의 포부와 의지를 들었습니다. 박원순 변호사는 사회에 헌신하며 시민사회 운동을 꽃 피운 분으로서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훌륭한 분입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안철수 후보의 양보의 변이다. 당시 그는 50%대 압도적 지지율에도 5% 안팎의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어 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그는 엎치락 뒤치락하는 백중세의 지지세에도 경선 한번 없이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해 버렸다. 이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권력으로의 소용돌이만 판치는 한국 정치사에 보기드문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아름다운 양보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정치는 좋은 의도보다 좋은 결과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위 둘은 결코 '아름다운 양보'가 아니었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나 작전상 후퇴의 개념도 아니었다.
위 둘은 경박, 유약, 소심, 우유부단 그 자체로 결국 그의 이름 그대로 바로 '철수(撤收) 정치'였다. 자신이 추구하던 기존의 낡은 정치에 대한 강력한 저항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불굴의 의지의 '자포자기(自暴自棄)'였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과연 어떠한가? 무엇보다 그는 당연히 나오지 않아야 할 선거에 떠밀리다시피 명분 없는 출마를 결행했다.
다음 대선에서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함에도 '선당후사(先黨後私)'라는 명분하에 '서울'을 바꾸기 위해 출마의 깃발을 들었다.
직전 대선에 출마하여 국민의 선택을 받는데 실패한 분이 바로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대선 후보들 중 그 외에 이번 선거에 출마한 분이 누가 있는가?
또한 그는 여론조사 등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어떻게든 야당 후보를 단일화하여 마지막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겨루어야 할 시점에 명분 없이 단일화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도대체 여론조사 등 공정한 룰에 의한 단일화 과정도 없이 무조건 상대방에게 대승적인 차원에서 후보를 사퇴하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진정한 지도자는 운명의 바람과 물결의 전환에 따라 언제든지 방향을 변경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들고 날 때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성공한 사업가로, 카이스트 교수로, 청년들의 멘토로 사랑받던 시절, 바뀌지 않는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은 그를 새로운 지도자로 떠올렸고 정치계로 불렀다. 이때야말로 그는 강력한 권력의지로 새로운 정치를 실현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런 의미없는 무조건적 양보로 국민들의 기대를 져버렸다.
이번에 그가 아무런 의미없이 끝까지 완주하여 박원순 후보에게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안기는 것은 과거보다 더욱 잘못된 선택이다.
물론 정치공학적 단일화도 흘러간 드라마로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며 승리를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이념과 소신이 상이한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선거 후의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다면 '2등 전략'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정권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수많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보수와 야권의 대분열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현정권은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단지 '과거정권과의 비교'라는 착시효과 속에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공정한 룰에 의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 이번에야말로 정치보복을 통한 보수궤멸과, 무리한 좌파 정책으로 민생과 경제를 도탄에 빠뜨리고 있는 현정권에 대한 민심의 냉엄한 심판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안철수 후보는 과거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대한민국과 수도 서울이 얼마나 후퇴했는지를 직시하고 통절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본인만이 박원순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은 야권이 공정한 룰에 의한 단일화로 대동단결해 정권의 폭주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그리고 궁국적으로는 이번 단일화가 야권 대통합의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안철수 후보는 그간 성공적인 인생 스토리로 많은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미래의 지도자 중 한명이었다.
그럼에도 정치 입문 후 수많은 시행착오로 지금은 그의 정치적 자산을 거의 갉아먹고 맨땅에 홀로 선 상태다. 더이상의 좌고우면(左顧右眄)은 과거 '간철수'로의 퇴행이다. '간철수'의 좌고우면과 '강철수'의 무모함 모두 '안철수'를 죽이는 행위다.
어떤 선거든 많은 세력, 많은 사람, 많은 가치를 통합한 사람이 이기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표는 한 곳으로 모아야 힘이 되고 의미가 있는 것도 불변의 진리다. 분열로 망하는 진보와 달리 보수는 부패로 망할지언정 결정적 고비마다 갈등을 봉합해 단일대오를 형성해왔던 전통을 갖고 있다.
"청년의 눈물을 보고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저를 불러낸 분들은 정치를 배우라고 불러낸 것이 아닙니다. 정치를 바꾸라고 불러내셨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초심으로 돌아갈 때다. 정치 입문 후 국민들이 보내준 열화와 같은 성원에도 불구하고 왜 그 기대를 담아내지 못하고 실망만 안겨드렸는지 겸허히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7년 전 가을 본인에게 희망을 찾고 싶었던 서울시민의 열망에 답하지 못했던 기억을 또렷이 되살려야 한다. 본인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느낀다면 또다시 야권의 대분열로 박원순 후보에게 승리를 헌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야말로 안철수 후보는 '날 때'가 아니라 '들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선거야말로 국가와 수도 서울, 바른미래당 모두를 위해 조용히 물러나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임을 명심해야 한다.
안철수 후보는 지금이라도 국민과 서울시민을 사랑하고 국가와 서울을 위하는 뜨거운 마음이 있다면 담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절망의 시간을 희망의 시간으로 바꿀 수 있도록 안철수 후보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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