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키스미' 한국지사 설립…MP한강에 득될까 독될까
'키스미' 국내 독점 판매 계약 변경…MP그룹의 '매출 효자' MP한강 타격 예상
MP한강 측 "양사간 경쟁하지 않을 것" 일축…유통채널 전략이 '관건'
화장품 브랜드 '키스미'를 보유한 일본 기업 이세한(ISEHAN)이 올해 초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직접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에 10여년간 키스미를 독점 공급받아 국내 판매해 온 MP한강의 시장 입지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31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MP한강은 지난 2월 키스미 브랜드 본사인 이세한과의 계약 조건을 변경했다. 우선 이세한은 2005년 12월부터 MP한강에 키스미 제품을 독점 공급해 국내에 판매해왔으나 이 독점 공급 조항이 삭제됐다.
또 이세한 측의 경영 판단에 따라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예시로 꼽힌 계약 종료 사유는 매출 감소, 재무 안정성 저하, 비정상적인 경영 활동, 주요 주주의 신용 리스크 증가 등이다.
이처럼 계약조건을 바꾼 것은 이세한 측이 '키스미' 브랜드를 국내 직진출하는 형태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는 게 유력하다. MP한강과 공급계약을 맺은 주체도 본사인 이세한에서 한국지사인 '코리아키스미주식회사(이하 코리아키스미)'로 달라졌다.
MP한강은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이 2015년 인수한 뷰티 전문 자회사로, 매출의 90% 이상을 수입 완제품 판매로 창출하고 있다. 이세한 브랜드인 키스미를 비롯해 캔메이크, 그린랜드, BCL, 베르샤유의 장미 등을 국내 독점 판매하고 있다.
특히, 키스미는 MP한강의 전체 매입액에서 작년 기준 68%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브랜드다. '번지지 않는 마스카라' 등 히트 제품을 앞세워 H&B(헬스&뷰티) 스토어의 성장을 타고 국내 인지도를 꾸준히 높여왔다.
MP한강은 이에 힘입어 2015년 298억원의 연 매출과 7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이듬해 500억원의 매출과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모기업인 MP그룹의 적자 폭을 줄여주는 '매출 효자' 역할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세한이 코리아키스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경우, MP한강의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P한강이 키스미 판매를 유지하더라도 코리아키스미 측과 매출이 양분될 수 있고, 매출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코리아키스미가 추후 H&B스토어 채널을 통해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면 MP한강의 매출에 끼칠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현재 MP한강의 H&B스토어 매출 비중이 높은 탓이다. 실제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총 매출의 40.52%에 달하는 71억원을 올리브영에서 거뒀다.
이에 MP한강 측은 오히려 코리아키스미와 함께 국내 판로를 넓히면서 시너지를 높여가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H&B스토어 유통 비중이 높지만, 키스미 한국지사가 새로운 판매 영역을 넓혀가면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양사 간 경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H&B스토어 외에도 신규 채널을 늘리면서 어느 정도 영역을 나눠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사는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서 자동 계약갱신 주기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지만, 지난 4월 '매 1년'으로 재차 변경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세한이 MP한강을 신뢰할 만한 한국 사업 파트너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MP한강은 새로운 해외 브랜드를 지속 선보이면서도 '릴리바이레드'와 '해서린' 등 자사 브랜드를 키우며 자체 경쟁력을 높여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4월 릴리바이레드를 론칭해 같은 해 11월 올리브영 전 매장에 입점시켰고,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바디케어 브랜드 '오킵스'를 국내에 선보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