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올리타의 실패' 이후는…글로벌 신약으로 설욕전 예고
한미약품, 26호 국산신약 '올리타' 개발 중단…경쟁 약물 '타그리소'에 밀려
26개 신약 파이프라인에 박차…"글로벌 혁신신약으로 보답하겠다" 강조
한미약품이 내성표적 폐암신약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 개발을 중단한 직후 글로벌 신약 개발에 높은 의지를 보이는 등 설욕전을 예고하고 있다. 올리타 개발에서 중도하차하면서 보전하게 된 신약 개발 역량으로 다른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올리타는 2016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상 임상시험 조건부 시판 허가에 따라 판매돼 왔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건강보험에도 등재돼 750만원에 이르렀던 한달치 약값도 7만5000원으로 대폭 경감됐다. 그러나 지난 13일 한미약품이 개발 중단을 결정하면서 올리타를 복용해온 환자들의 실망감을 자아냈다.
올리타는 26번째로 이름을 올렸던 국산 신약 계보에서도 퇴장하며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경쟁력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산 신약 26개의 생산실적은 1678억원으로, 전체 의약품 생산실적인 18조8061억원의 0.9%에 불과했다.
한미약품은 올리타 개발을 중단한 배경에 대해 "2016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정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하면서 글로벌 개발 속도가 늦춰졌고, 중국 파트너사였던 자이랩이 기술이전을 반환하면서 중국에서의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것 또한 불투명해졌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아스트라제네카가 만든 경쟁 약물 '타그리소'가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환자에게 투약되고 있고, 국내에서 타그리소가 지난해 말 건강보험 급여를 받으면서 올리타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이처럼 국내에서 개발되는 신약들은 글로벌사의 신약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시장 진입이 늦춰지면서 실패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자본이나 기술력에서 밀리는 국내 제약사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한계점이기도 하다.
한미약품은 차기 혁신신약 개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올리타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데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 측은 "향후 개발에 투입될 개발 비용에 비해 신약 가치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올리타 개발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며 "다른 신약 임상에 집중해 반드시 '글로벌 혁신신약 창출'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한미약품은 차세대 표적 항암신약 후보물질 3종을 공개했다. 지난 14일부터 18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암학회(AACR)에서다. 공개된 후보물질 3종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HM43239), 간암 치료제(HM81422), 소세포폐암 치료제(HM97211) 등이다.
이 중 'HM43239'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유발하는 FLT3(FMS-like tyrosine kinase 3) 돌연변이를 억제하면서도 기존 저해제의 약물 내성을 극복한 후보물질이다.
이번 미국 암학회에서는 백혈병 줄기세포(LSC, Leukemic Stem Cell) 억제효과를 규명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여러 동물 실험으로 확인한 HM43239의 효력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또 HM81422의 간세포암 세포주에 대한 세포 안팎의 작용기전 및 항암 효과를 확인한 전임상 결과와 함께, HM97211의 소세포폐암 항암효과 및 약력학 반응 관련 전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이밖에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 바이오신약 HM15211은 최근 미국 FDA에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한미약품은 현재 비만∙당뇨, 항암, 면역질환, 희귀질환 분야에서 총 26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3개 파이프라인은 글로벌 제약기업 사노피와 얀센, 스펙트럼과 함께 상용화를 위한 활발한 임상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현재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당뇨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 얀센에 기술수출한 비만·당뇨신약 HM12525A의 글로벌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스펙트럼사와 함께 개발 중인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올해 4분기 중 시판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매출이 보장된 외국회사 수입약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개발 제품’을 통한 지속 성장을 위해 글로벌 신약개발에 안정적인 R&D 투자 모델을 공고히 하고 있다”며 “창조와 도전, 혁신으로 한미약품의 행보를 한국 제약산업 발전사의 이정표로 남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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