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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해소 대형 유통사들, 또 다른 규제 대상?


입력 2018.04.10 06:00 수정 2018.04.10 06:26        최승근 기자

롯데‧CJ‧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 연이어 지배구조 단순화 추진

유통업계 “정부 말대로 지주사 전환 했더니 다른 잣대로 압박”

올 들어 대기업 유통회사들의 순환출자 해소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배구조 투명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부의 요구대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 중인 기업들은 새로운 규제에 발목을 잡힐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지주사 체제가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면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통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쇼핑은 지난 5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순환출자 해소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직접 계열사 간 지분 매입과 매각을 통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은 것이다.


롯데그룹도 이달 1일을 기점으로 그룹 내 모든 순환출자와 상호출자를 해소했다. 2014년 6월 75만개에 달하던 순환출자 고리는 지난해 롯데지주 출범과 계열사의 분할 및 흡수합병 등을 통해 완전히 해소됐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2015년 8월 순환출자 해소를 처음 공표한 이후 약 3년 만에 모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현재는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에 그룹 역량을 모으고 있다.

CJ그룹도 주요 자회사를 잇달아 합병하며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CJ제일제당은 CJ대한통운 지분을 추가 매입해 단독 자회사로 만들고, CJ대한통운과 CJ건설을 합병했다. 올 들어 것도 순환출자 고리 해소의 일환이다.

이어 올 1월에는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일을 8월1일로, CJ그룹은 합병을 통해 '융·복합 미디어 커머스'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에 걸친 합병을 통해 CJ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전에 비해 한층 단순해졌다. 이재현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CJ를 지배하고 CJ가 주요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오쇼핑을 지배하는 구조로 탈바꿈했다.

최근 잇따른 대형 유통기업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에 대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개정안은 오너 일가 지분 기준을 20%로 낮추고 간접지배를 규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할 자회사 지분을 20%에서 30%로 늘리고, 지주회사 부채비율의 상한을 자본총액의 2배에서 자본총액을 한도로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기업들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문재인 정부가 기업에 요구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향과도 일치한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재벌개혁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재벌 독주 체제를 막겠다는 의도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지난해 롯데를 비롯해 오리온, 매일유업, 샘표, 크라운제과 등 많은 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을 완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정위가 기업집단 제도 개편 등을 위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주사 전환이 오히려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시장 경쟁의 룰 선진화를 목표로 실체법과 절차법규를 망라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개정 과제 중 하나인 지주회사 제도의 경우 재벌들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막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될 전망이다. 지주사 전환이 대기업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오는 7월까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마련해 연내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는 오락가락하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영 투명성 강화를 이유로 지주사 전환을 독려하더니 이제는 이를 빌미로 지주사로 전환한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대기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지주사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브랜드 수수료도 내부거래로 규정해 규제를 적용하려고 하는데 해당 브랜드는 그룹 계열사들만 사용할 수 밖에 없지 않나. 금액 기준도 모호하다”며 “총수 일가의 사익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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