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브랜드숍 얼굴'…전속모델 찾기 난항
지난해 어려웠던 브랜드숍…에뛰드하우스 등 '새 모델' 물색 나서
인지도·이미지 맞는 인물 찾기 어려워…아이돌·유튜브 스타도 '한계'
성장 정체에 빠진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새로운 '얼굴'을 내세워 활로를 모색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전속모델 기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브랜드숍들이 새로운 홍보 모델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기존 계약을 연장하기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환기하고 주목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모델 발탁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사드(THAAD) 갈등 여파로 주요 브랜드숍 실적이 일제히 꺾이면서 자구책 마련이 시급해진 것도 한 몫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숍 '에뛰드하우스'는 걸그룹 출신 크리스탈과 2013년부터 유지해 온 모델 계약을 지난해 종료했다. 에뛰드하우스 관계자는 "누가 다음 모델이 될지 정해지지 않았으며, 브랜드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찾고 있다"며 "일부 고객들이 여러 추측을 제기하고 있지만 계약이 성사되기까지는 변수가 많은데다, 공개시점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토니모리는 '다모델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해 아이돌 유닛 MXM과 배우 이세영을 신규 모델로 발탁했으나 MXM과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추가 기용을 고려 중이다. 배우 손예진을 앞세우고 있는 미샤는 올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대규모로 투자할 계획인만큼 모델 교체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미 신규 모델을 발표한 곳도 있다. 지난 5일 잇츠스킨은 '피겨 퀸' 김연아의 뒤를 이어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와 계약을 맺었고, 클리오는 새 모델인 크리스탈을 지난달 12일 공개했다.
화장품 전속모델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에선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각인될 때까지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모델과 장기 계약을 맺기도 한다.
'SK-ll'하면 배우 김희애가, '라네즈'하면 송혜교가, '헤라'하면 전지현이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헤라 립스틱을 바르고 드라마에 출연해 단번에 주목받았던 전지현을 제외하면 모두 10년 이상 특정 브랜드 모델로 활동한 이들이다.
그러나 브랜드숍들은 전속모델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인지도가 높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미지와도 부합하는 사람이 흔치 않은 까닭이다. 우선 인기가 높은 연예인에 대해선 모델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한 브랜드숍 마케팅 담당자는 "어렵게 모델을 정해 발표했는데 '그게 누구냐'는 반응이 돌아오면 안 되기 때문에 '얼마나 핫한 연예인인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브랜드 이미지와는 별개로 남자 아이돌 가수를 앞세워 여심을 공략하는 대안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이니스프리가 그룹 워너원을, 네이처리퍼블릭이 엑소를 모델로 쓰고 있다. 이들 브랜드숍의 공통점은 제품 구입이나 멤버십 가입을 조건으로 모델 브로마이드나 화보집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열었다는 것이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이돌 모델의 인기에 기댄 '반짝 효과'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이돌 이벤트에 맞춰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브로마이드를 사니 화장품을 준다"는 말이 어김없이 나오는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반인 뷰티 크리에이터와의 단발성 마케팅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 역시 위험부담이 있다는 전언이다. 주요 브랜드숍 관계자는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대체로 개성이 강해 고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며 "또 온라인 방송 내용이 논란에 휘말리면 브랜드 타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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