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박힌 부동산 대못-하] 잘못된 정책 되풀이…강남불패 막기도 역부족
‘국토부 장관 사퇴’ 청와대 국민청원 7570명 참여
강남 집값 억제에만 초점…“전체적인 시장 흐름 못 읽어” 비난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부동산대책을 연이어 발표했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듯 정책 목표인 주택시장 안정화와는 반대로 가격 상승 레이스가 멈출줄 모르고 있다.
특히 시장 정상화 정책의 초점이 강남권 집값 억제로 맞춰지면서 시장 전체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채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거세다.
강남을 필두로 한 서울 집값 잡기와 ‘다주택자 길들이기’ 식의 현 정부 부동산 규제가 지방 주택시장의 가격 동반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지방 버리고 ‘똘똘한’ 강남 한 채 보유로…지방 침체 가속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김현미 장관님 사퇴하세요’란 청원 글을 보면 강남 집값을 못 잡는 국토교통부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지방 부동산 침체를 원망하는 내용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30일 오후 기준 이 청원에는 7570명이 참여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투표했다고 밝힌 최초 청원자는 “정부는 다주택자만 적폐고 채찍질하면 ‘똘똘한 한 채’로 초양극화 되는 현상이 예측되지 않았나보다”고 반문하며 “이상한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이 왜곡되고 중산층만 눈물 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청원 동의 댓글로 “지방에 돈 좀 있다고 하는 유지들은 자기들 집값 더 떨어지기 전에 그걸 팔아다가 현금을 보태서 서울 소재 부동산에 투자를 한다. 결국은 규제가 계속되고 강화될수록 서울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는 극심해지고 있다”, “규제하면 할수록 지방 정리하고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는 받쳐주는 서울로만 몰린다는 거를 모르나”라는 등의 수많은 비난의 글이 게시됐다.
실제로 이 같은 지방 부동산 시장의 불만은 조국 민정수석의 다주택 정리법에서도 현실로 드러난다.
조 수석은 소유하고 있던 집 두 채 중 한채를 지난해 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사는 집이 아니면 4월까지 팔라’는 다주택자들을 향한 경고가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선임될 당시 서울과 부산에 집을 한 채씩 소유하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익아파트와 부산 해운대구 좌동 경남선경아파트(배우자 명의)가 신고된 주택이었다.
이 중 조 수석이 정리한 아파트는 부산의 경남선경이다. 근무지가 서울인 조 수석이 의도적으로 강남3구 중 한 곳인 서초구 아파트를 남기며 다주택자에서 벗어났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서울에 근거지를 둔 다주택자들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지방 주택을 투매하며 지방 주택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에서도 ‘똘똘한 한 채’인 서울, 특히 강남에 투자를 집중하며 매수자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주택 거래량은 1만3740건으로 전녀 같은달 대비 17.8% 줄었다. 반면 부산은 4740건으로 2016년 12월 8054건과 비교해 거의 반토막 났다.
감소률의 차이가 있을 뿐 두 곳 모두 거래가 줄었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원인은 전혀 다르다. KB국민은행의 주간주택가격 동향을 확인한 결과, 서울은 8.2부동산대책 이후 2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아파트값은 2.82% 올랐다. 강남3구는 이보다 높은 4.1% 상승한 데 반해 부산은 0.14% 하락했다. 최근 11주 연속 내림세다.
조 수석이 소유한 ‘똘똘한 한 채’ 방배동 삼익아파트 전용 151㎡의 최근 시세는 13억3500만원이다. 불과 1년 전 11억7500만원에서 1억6000만원 급등했다. 같은 기간 좌동 경남선경 전용 153㎡는 4억6000만원에서 4억9500만원으로 상승했다.
매매수급 동향을 살펴보면 서울이 매수우위 지수가 113.3을, 부산은 11.8을 기록 중이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매수세 우위’를, 낮으면 ‘매도세 우위’를 뜻한다. 결국 서울은 가격이 올라가니 안 팔겠다는 사람이 많은 반면, 부산은 가격이 떨어지니 팔겠다는 사람이 많으나,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에 거주한다고 밝힌 또 다른 청원 댓글 게시자는 “지방은 집을 팔려고 해도 거래자체가 없으니 팔지를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정책에 반대하진 않지만 이상과 현실은 같지 않다”며 “서울만 보지 말고 지방도 좀 들여다 봐 달라. ‘거주하지 않는 집은 팔아라’만 하지 말고 팔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수많은 규제 정책에 수요위축으로 집값이 엄청 떨어져도 사지를 않는다”고 호소했다.
◇강남 집값 잡기에만 몰두…시장 왜곡 등 역효과 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이전 노무현 정부 당시 ‘강남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는 트라우마에 갇혀 지나치게 강남 집값 잡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 시기에도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규제책을 쏟아냈다. 노무현 전 정부는 당시 3주택 보유자 중과세와 주택거래신고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고강도 규제책을 내놨다.
하지만 규제 발표 직후에만 잠시 억눌려 있었을 뿐 오히려 이후에는 집값이 급격히 오르는 등 시장의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흘러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자는 사회악이라는 현 정부의 이분법적 발상이 시장에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노무현 정부 당시 보여준 강남 편집증이 현 정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부동산 억제책은 항상 시장 거래를 왜곡하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며 “당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났는지 주의하며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집값은 학군 등 복합 요인이 결정하기 때문에 보유세 강화 등이 집값 변화를 이끌 수는 있겠으나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라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공급이 부족한 것이다. 공급이 부족하면 공급을 늘려야지 조세로 수요를 억제하면 결국 시간이 지나면 또 가격은 오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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