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치 도를 넘고 있다" 금융당국 하나금융 인사개입 반발 확산
금감원, 회추위에 CEO 리스크 해소 때까지 일정 중단 권고
하나, 예정대로 일정 진행…일각선 "지나치다"·후폭풍 우려도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금융권에서는 지나친 인사 개입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당국이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면서 유례없는 관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금융당국 수장이 "금융은 간섭받지 않아야 한다는 우월의식을 당장 고쳐라" 등 신관치 우려와 관련해 경고 수위를 높이면서 불만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금감원이 KEB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과 채용비리 등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할 때까지 회장 선임 절차를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금감원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비리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등과 연루된 아이카이스트에 부실대출이 승인된 과정, 김 회장 아들이 운영했던 유통기업과 사업관계가 있던 중국계 랑시그룹과 하나은행의 중국 내 합작 투자가 결정된 과정 등에 특혜나 위법 소지가 있는지 등의 조사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자체 적발한 채용비리에 대한 검사도 벌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차기 회장 유력 후보군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등 잠재적인 CEO 리스크가 상당히 커진 만큼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나서 회장 후보 선임을 진행해도 늦지 않아 보인다"며 "이번 회장 선임 일정이 예년보다 한달 정도 빠르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이 연임한 2015년에 회추위는 2월 23일에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했고 이번에는 한 달 앞선 오는 22일 최종 회장 후보를 확정하는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하나금융 회추위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일정을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반영해 절차를 투명하게 한 만큼 일정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회추위 관계자는 "예정대로 회추위 일정을 진행 중"이라며 "내일까지 예정된 회장 후보군에 대해 개인별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지난 9일 회장 후보군을 27명에서 16명으로 좁혔고 개인별 의견진술, 추가 심층평가 등을 통해 오는 16일 최종 후보군(숏리스트)를 선정하고 22일 프리젠테이션(PT) 및 심층 인터뷰를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회장 선임 과정 중간에 이를 중단하라고 권고한 만큼 노골적으로 관치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을 무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 회추위가 이미 6차까지 열렸고 향후 일정까지 공개한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지나친 관치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미운털 박힌 인사를 끌어내리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차기 회장 선출 연기 여부는 하나금융 회추위가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도 간섭 받아서는 안된다는 식의 잘못된 우월의식에 젖어있는 금융인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쳐야 한다고 밝힌 만큼 금융당국의 공고 사인을 무시하고 그대로 진행한다면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위원장은 이날 금융혁신 추진방향 발표 브리핑에서 "금융권 적페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얼음장과 차갑다"며 "관행이라는 명목 하에 이뤄졌던 금융적폐를 적극적으로 청산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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