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감기약' 전쟁...품질·마케팅 '기싸움' 치열
소비자 니즈 맞춰 '스틱형' '연질캡슐형' 등 신제품 출시…인기 제품 리뉴얼도
마케팅 경쟁까지 확대…'캐시카우' 감기약 시장 놓고 주도권 싸움 치열
국내 제약사들이 일반 감기약 시장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독감 환자가 늘어나는 겨울철은 감기약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계절인 데다, 처방전 없이도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 한번 주도권을 잡으면 매출을 늘리기 쉽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대원제약은 자사 어린이 감기약 '콜대원 키즈'가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3개월만에 국내 어린이 감기약 시장에서 3분기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콜대원은 업계 최초의 '짜먹는 감기약'으로 주목 받았으며, 지난해 키즈라인을 출시하면서 가족 구성원 전체를 위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대원제약 헬스케어사업부 관계자는 "기존 콜대원 제품의 가장 큰 강점인 스틱형 파우치 형태를 키즈라인에도 적용해 간편하게 정량 복용할 수 있게 한 점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 같다"며 "앞으로 콜대원이 온가족의 대표 감기약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콜대원은 전문약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던 대원제약이 2015년 일반의약품 사업에 진출하면서 처음 내놓은 제품이다. 콜대원은 출시 1년 8개월만인 지난해 9월 1000만포 판매를 돌파하면서 새로운 간판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IMS 데이터에 따르면 일반의약품 기준 국내 감기약 시장은 2013년부터 연간 6.7%씩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016년 전체 매출인 1311억원을 넘어선 1401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차별화를 위해 세분화된 증상이나 수요에 맞는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스프레이 타입의 인후염 치료제 '목앤'으로 주목 받고 있다. 목앤은 지난해 말 출시 2년여 만에 50만개 판매를 돌파하면서 인후염 스프레이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으로 떠올랐다. 이밖에 한국먼디파마의 '베타딘 인후스프레이'와 대웅제약 '모겐쿨', 현대약품 '시노카' 등도 스프레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녹십자는 초기 감기, 코감기, 목감기 등 증상에 따라 복용하는 양·한방 복합 감기약 '원감탕' 시리즈 3종을 지난해 9월 내놨다. 녹십자 관계자는 “원감탕 시리즈는 양약 성분에 자연에서 유래한 한방 성분이 합쳐져 있어 단일제 감기약에 비해 부작용을 줄인 것이 특징”이라고 언급했다.
전체 감기약 시장에선 판피린, 판콜, 오트리빈, 테라플루, 피지오머, 화이투벤, 타이레놀 등 7개 상위 브랜드들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조지만, 새로운 경쟁 상대가 속속 등장하면서 이들을 견제하기 위한 리뉴얼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10월 캡슐형 '판텍큐'를 네오솔(Neosol·연질캡슐 특허제조법)을 적용한 액상캡슐로 체내 흡수율을 높여 '판텍큐 종합', '판텍큐 노즈', '판텍큐 코프'로 재출시했다. 천연색소를 사용해 안전성을 강화했고, 캡슐 사이즈를 줄여 복용 편의성을 높였다.
JW중외제약의 '화콜'도 '화콜C콜드', '화콜C노즈', '화콜C코프' 등 3개 제품으로 리뉴얼됐다.
액상형 연질캡슐 타입은 위염, 위궤양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정제보다 흡수속도가 빨라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현대약품은 지난해 11월부터 액상형 연질캡슐형 '솔루샷' 3종을 시판했다.
동아제약이 보유한 국내 감기약 1위 제품 '판피린'은 매년 2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스테디셀러로, 동화약품의 '판콜에이'와 더불어 편의점 안전상비약으로 유통되면서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안전상비약의 편의점 총 공급금액은 2014년 199억원에서 2015년 239억원, 2016년 285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편의점 안전상비약의 판매 성장은 감기약과 진통제가 이끌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감기약과 진통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모든 편의점에서 70%를 웃돈다.
마케팅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판피린이 지난해 9월 선보인 새 라디오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멘트를 담았다. 대원제약은 콜대원 광고모델에 배우 이유리를 발탁해 '액상이라 빠르니까, 어디서나 편하니까'라는 멘트로 콜대원 제품의 장점을 표현했다.
제약업계는 감기약 시장에서 차별화 경쟁이 점차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감기약은 증상에 따른 맞춤식 제품이 많아지면서 사계절 내내 소비자들이 찾고 있고, 고객 충성도가 높아 든든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면서 "회사별 다양한 장점을 가진 감기약이 나오고 있는만큼 종합감기약을 넘어선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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