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 온 즐라탄, 맨유에 꼭 필요한 선수일까
지난 4월 부상 이후 복귀해 건재함 과시
맨유의 화력을 끌어올려줄 수 있을지는 의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4월 은퇴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당했지만 “사자는 인간처럼 회복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지난 19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경기 막판 보여준 바이시클킥은 부상과 세월이 기량을 빼앗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줬다.
즐라탄은 역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손꼽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 23일 ‘2017-18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조별리그 FC 바젤(스위스) 원정 경기에서는 사상 최초로 서로 다른 7개 클럽에서 UCL 무대를 밟은 선수가 됐다.
그러나 맨유에 즐라탄이 꼭 필요한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기 감각이 회복되면 득점포를 가동할 것이 분명하지만, 팀 화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힘을 더할지는 의문이다.
즐라탄은 지난 시즌 팀 내 최다골(리그 17골·유로파리그 5골)을 기록했다. 팀 내에서 유일하게 10골 이상을 터뜨렸다.
그런데 맨유는 리그 ‘38경기 29실점’이란 수치가 증명하듯 수비력이 강점인 팀이었다. 38경기에서 뽑아낸 득점은 54골에 불과했다. 즐라탄의 17골을 제외하면, 마커스 래쉬포드와 후안 마타, 헨리크 미키타리안 등 동료들의 득점은 37골뿐이었다. 즐라탄은 자신의 몫은 다 했지만, 팀 화력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올여름 맨유는 즐라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로멜루 루카쿠를 영입했다. 루카쿠는 개막전 멀티골을 시작으로 12경기 8골을 쏘아 올렸다. 19일 뉴캐슬과 맞대결 이전까지 7경기 침묵에 시달렸지만, 날카로움을 되찾았다.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루카쿠 영입 후 맨유의 득점력이다. 맨유는 올 시즌 리그 12경기에서 무려 27골을 기록했다. 수비력(6실점)의 강점이 여전한 가운데 화끈한 공격력이 더해졌다.
물론 래쉬포드와 앤서니 마샬이 성장했고, 미키타리안이 잉글랜드 적응을 마쳤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올 시즌 최고의 영입으로 손꼽히는 네마냐 마티치 덕에 공격 전개가 매끄러워진 것일 수도 있다.
차이가 있다면 이브라히모비치의 자리에 루카쿠가 들어섰다는 점이다. 둘의 득점력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공격 속도에 미치는 영향은 확연히 다르다.
루카쿠는 맨유의 공격 속도를 올려줄 수 있다. 마티치나 포그바의 발에서 시작되는 빠른 역습에서 미키타리안, 래쉬포드 등과 함께 달릴 수 있다. 상대의 공을 빼앗아낸 순간부터 짧은 시간 내에 슈팅을 만들 수 있다. 수비가 전열을 갖추기 전에 득점을 뽑아낼 수 있고, 상대 수비에 압박과 부담을 더할 수도 있다.
반면 즐라탄은 속도에 약점이 뚜렷하다. 지난 시즌 맨유는 미키타리안이나 래쉬포드의 개인 능력을 활용한 역습이 아니면, 속도감 넘치는 공격을 보기 어려웠다. 특히 전방의 즐라탄이 볼을 잡으면 공격 속도가 느려졌다. 수비가 전열을 갖춘 상황에서 공격이 진행됐고,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장신 군단(즐라탄+펠라이니+포그바)이 처리하는 모습이 익숙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이 즐라탄이 부상을 당하기 직전이었던 지난 4월 ‘선두’ 첼시와 경기에서 래쉬포드를 선발로 내세운 이유는 명확했다. 느린 공격 속도로는 ‘선두’ 첼시를 잡아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맨유는 발 빠른 스트라이커 래쉬포드의 맹활약을 앞세워 2-0 완승했다.
즐라탄이 맨유의 우승 도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그가 루카쿠를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무리뉴가 투톱 전술을 선호하는 지도자도 아니다. 안 그래도 부실한 측면에 루카쿠나 즐라탄이 나설 가능성도 희박하다. 체력과 스피드가 요구되는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 즐라탄을 활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재 맨유에 필요한 선수는 정적인 스트라이커가 아닌 스피드가 강점인 측면 자원이다. 지난 시즌 즐라탄을 통해서, 최근 루카쿠의 무득점 행진이 이어질 때도 공격 속도가 팀 화력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여기에 맨유에는 미키타리안과 마타, 래쉬포드, 마샬 등 측면보다 중앙을 선호하는 선수들까지 넘쳐난다. 현 시점에서 즐라탄이 맨유에 굳이 필요한 선수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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