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들어선 화장품…잇단 입점 러브콜에 매출도 '껑충'
주요 편의점별 화장품 매출 성장률 20% 웃돌아…신 유통 채널로 부상
편의점, 화장품 고객 연령층 비슷하고 매장 수 압도적…PB 제품 개발은 '아직'
화장품이 편의점 채널로 판매 영역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주요 편의점들이 스킨·로션 등 기초라인을 포함해 메이크업 단계별 제품을 구비하고,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해 단독 상품을 선보이는 등 판매 전략을 다변화하면서 건실한 화장품 판매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CU(씨유)·GS(지에스)25·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3사에서 최근 화장품 판매량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씨유 편의점은 2015년 10%, 지난해 13%였던 화장품 매출 신장률이 올해 3분기 23%로 뛰었다. 세븐일레븐은 3분기 화장품 판매량이 21.2% 늘었고, 지에스25는 26.5% 증가했다.
이는 소비자 요구를 폭넓게 받아들이려는 편의점업계가 화장품 취급 품목을 늘리고 있고, 화장품업계 역시 이에 적극 합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씨유는 지난 9일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숍 브랜드 에뛰드하우스의 베스트셀러 상품을 소규격으로 포장한 '에뛰드 미니 케어 시리즈'를 업계 단독으로 출시했다. 해당 시리즈는 바디케어 2종, 클렌징 4종, 스킨케어 5종을 포함해 총 11가지 상품으로 구성됐다. 소규격 제품을 선호하는 편의점 고객의 특성에 맞춰 60mL 이하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씨유는 지난달 화장품 전문 브랜드 '홀리카홀리카' 일부 상품을 입점한 후 화장품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64.9%나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최유정 BGF리테일 MD(상품 기획자)는 “앞으로도 씨유는 편의성과 즉시 구매성이라는 편의점 소비 특징에 맞춘 화장품을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해외 브랜드와 손잡고 남성 화장품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12일 해외 뷰티 브랜드 '로레알'과 함께 남성 기초 화장품 '로레알 파리 맨' 시리즈를 단독 출시했다. 세븐일레븐 측은 자신을 가꾸는 남성들이 늘어 남성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올해 세븐일레븐의 남성 화장품 매출 또한 지난해 대비 11.6% 증가해 남성 전용 시리즈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차은지 세븐일레븐 미용화장품 담당MD(상품기획자)는 “피부관리나 외모를 가꾸는 남성들이 크게 늘면서 관련 상품들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며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남성 화장품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상품 구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3월 화장품 제조판매사인 BCL과 업무 제휴를 맺고 10대를 위한 화장품 브랜드 '0720'을 론칭하기도 했다. 0720은 '엄마와 10대 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뷰티 브랜드'라는 콘셉트로 틴트 8종, 팩트 3종, 아이라이너 5종 클렌징티슈 2종 썬크림 등 19종으로 구성됐다.
화장품이 편의점 채널을 적극 공략하는 이유로는 무엇보다도 고객 연령층이 비슷하다는 점이 꼽힌다. 편의점 이용 고객의 70%는 20~30대로 젊은 층이 많이 방문하고, 물품을 필요한 만큼만 사서 쓰는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뷰티 제품의 시장성이 충분하리라는 예측이 작용한 것이다.
예전에 비해 고객들이 화장품 브랜드에 갖는 충성도가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브랜드가 아니라 제품을 중심으로 고객이 움직이는 시대"라며 "특정 제품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 어떤 채널을 통해서든 그 제품 딱 하나만 구매해서 써보는 경향이 관찰된다"고 밝혔다.
편의점 점포 수가 화장품 매장에 비하면 압도적이라는 점도 화장품 매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편의점 3사 점포는 모두 3만3300개에 달하는 반면 단일 H&B 스토어와 로드숍은 많아야 1000개 안팎이다.
다만 화장품업계에서는 최근 PB(자체브랜드)를 확대하며 차별화하고 있는 편의점이 화장품까지 PB로 제작해 판매할 경우 기존 화장품 브랜드 제품과 경쟁 구도에 놓이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PB 화장품 개발은 이미 확보된 식품군 생산 라인과 별도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당분간은 기성 화장품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단독 상품을 내는 방식으로 차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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