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수장 인사 폭풍전야] 점입가경 거래소 이사장…이번에도 낙하산?
누가 됐던 '낙하산 논란' 못 피해…
업계 "민간기업에 매번 정부 보은 인사"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를 두고 막판까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유력 후보가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유력 후보가 바뀌는 점과는 별개로 정부의 지분이 0%인 민간기업에 매번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낙하산' 인사 논란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거래소 이사장은 부와 명예, 권력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자리로 평가 받는다. 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해 기본급으로만 1억9613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경영성과평가급으로 1억3394만원을 추가적으로 받아 총 3억3008만원을 수령했다. 이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장이 받은 금액(2억9000만원)보다 높은 수치다.
부가적인 혜택도 만만찮다. 기관장급 의전차량인 2800cc 이상의 고급 대형차는 물론 업무추진비 등 금전적 이득은 차치하더라도 2000여개가 넘는 상장사들을 관리하는 한국거래소의 최고 수장이다. 기업의 자금 조달 길목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이사장의 결심에 따라 상장 기업의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이와관련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자본시장 수장으로 통화시장 수장인 한국은행 총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이론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며 "그동안 낙하산과 관치 금융이 지속된 데는 이러한 이유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막강한 '자리'인 거래소 이사장 공모를 놓고 현 정권의 공신들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막강한 힘을 가진 '장하성 라인'과 과거 후보자 시절 운영한 캠프 출신이 모인 '캠프 라인'의 암투설이다.
암투설은 거래소 역사상 유례가 없던 공모 기간 연장을 진행한 가운데 유력 차기 이사장 후보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지난 27일 지원을 철회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부산 출신인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노무현 정부 때 열린우리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김성진 전 조달청장 등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는데 이를 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거래소 이사장까지 장하성 라인이 차지하는 독주는 막아야 한다는 캠프 라인의 위기감의 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 캠프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거래소 추가 공모 전후로 부산 출신 금융을 잘 아는 인사 찾기에 분주했다. 다 뺏길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누가 됐던 '낙하산 논란' 못 피해…
업계 "민간기업에 매번 정부 보은 인사"
문제는 이들 중 누가 이사장이 되더라도 이미 업무 능력이나 적합성을 따지기보다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거래소는 정부의 지분이 존재하지 않는 민간기업인데 그 수장은 정부 실력자들 암투의 산물이라는 탈을 굴레를 써야한다.
금투업계에서는 거래소 이사장의 낙하산 논란에 대해 '이래서야 자본시장 관리자로서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어차피 한쪽 라인에 힘이 떨어지거나 임기 채우면 그냥 지나가는 보은 인사'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있다"면서 답답해했다.
한편 앞서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사장 자리를 이례적으로 추가적으로 공개모집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후추위는 "인재풀을 확보하고 선임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로 인해 되레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인다. 이와 함께 '정부 입맛에 맞는 사람이 없었다', '정권 내부 인사들간 알력 다툼이 있어 새로운 내정자로 바뀌었다' 등 각종 말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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