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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5만원 실속 선물은 주춤한데 360만원 고가는 '완판'


입력 2017.09.26 15:13 수정 2017.09.26 17:02        김유연 기자

수백만원 한정판 선물세트 '불티'

지나친 판촉 행사…소비자 외면 현상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선물코너의 모습. ⓒ데일리안

장기 불황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올해 추석 선물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었지만, 일명 상위 5% 큰손들의 씀씀이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커졌다. 불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4일 추석을 앞둔 서울 시내 한 백화점. 1만원부터 몇 백만원을 호가하는 선물세트들이 즐비하고 있지만, 유독 손님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는 것은 수백원짜리 선물세트였다. 청탁금지법 시행 1년 후 맞이한 올해 추석 풍경은 지난해와 사뭇 달랐다. 유통가는 여전히 '5만원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생각보다 싸늘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이 추석을 앞두고 100세트 한정으로 준비한 초고가 한우 프리미엄 선물세트(130만원) 물량이 모두 다 팔렸다. 360만원짜리 '법성수라굴비세트' 20세트도 완판됐으며, '울릉칡소 명품세트'(95만원)는 200세트 중 180세트가 팔리면서 완판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인근의 백화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60세트로 준비한 120만원짜리 '명품 목장한우 특호 선물세트'가 완판 됐으며 100만원짜리 '명품 한우 특호'도 180세트 중 160세트가 판매됐다.

현대백화점에서는 120만원짜리 '현대 명품 한우 세트'가 100세트 중 74세트가 판매됐고, 130만원짜리 '현대 명품 봄굴비 세트'는 30세트 중 24세트가 팔리며 초고가 선물세트 판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우 코너에서 앞에서 서성거리던 직장인 손모 씨는 "선물 가격과 정성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형편이 된다면 고가의 선물을 마련하고 싶다"면서 "기왕이면 일 년에 두 번인 명절인데 좋은 선물로 받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이마트의 한우코너의 모습. ⓒ데일리안

대형마트 3사의 경우 백화점만큼은 아니지만 20만원~30만원 이상의 한우 세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가성비 좋은 실속 선물세트 매대에 사람이 모이긴 했으나, 정작 선물을 살펴보고 문의를 하는 것은 고가 선물세트 앞이었다.

최장 10일이라는 긴 연휴도 한몫했다. 열흘이라는 연휴 기간 동안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좋은 고가의 선물세트를 찾는 소비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는 것이다. 판매 직원은 "올 추석에는 고향을 찾는 대신 선물로 인사를 대신하려는 경우가 많아 고가의 선물세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 설 명절 '가성비', '실용성'을 앞세우며 불티나게 팔렸던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의 인기는 비교적 사그러 들었다. 판매원들은 '2+1', 1+1'등으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소비자들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끌기 위해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지나친 판촉 행사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운다는 시각도 있었다.

3만원대 제품을 둘러보던 주부 박모 씨는 "'2+1', '1+1' 등 덤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나친 판촉행사가 업체들의 재고 소진하는 느낌마저 들게한다"면서 "차라리 제값주고 덜사는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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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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