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문재인, 국정 ‘홍보‘에만 치중…’말 바꾸기’도 불안”
회고록 출간, 박근혜와 인연 담겨…“내가 정치입문 시켰다”
출간 간담회서 "문 정부 즉흥적 정책 발표…어설퍼 보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홍보하는 데만 치중하는 거 같아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정치는 지지율을 지켜야 하는 거니 당연하기도 하지만 취임 100일 만에 국정보고회를 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어설프게 보여…‘탈원전’ 말 바꾸면 신뢰 떨어져”
이 전 총재는 또 “아무래도 어설프고 서툴러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며 “처음 했던 말을 자꾸 바꾸면 신뢰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중단을 겨냥해 “장기적 국가정책을 즉흥적으로 발표하고 나중에 바꾸는 건 안 된다”며 “원전 중단도 바로 시행할 것처럼 하다가 앞으로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면 국민들은 굉장히 불안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문 정부) 여론 지지율에 영향을 받는 것 이상으로 국가 미래 차원에서 굉장히 걱정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직접민주주의에 독단적 생각…불안해”
그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간접민주주의로 우리 정치가 낙오됐다”고 발언한 데 대해 “독단적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총재는 “직접민주주의에서 간접민주주의로 발전된 게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이었다”며 “다수의 집단이나 힘 있는 자에 매몰되기 쉬운 직접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해서 합리적 정치 제도로 만든 게 간접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접민주주의를 안 하고 간접민주주의에 치중해서 정치가 잘못됐다는 견해는 독단”이라고 비판했다.
또 “광장에서의 집단이 항시적으로 상례화가 되면 법이 정한 국정운영의 틀이 흔들린다”며 “정부가 집단의 의사와 같이 가겠다고 하는 건 굉장히 불안한 말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라 말했다.
회고록엔 박근혜와 인연 담겨…“내가 정치입문 시켰다”
한편, 그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소개한 회고록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평가도 담겨있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12월 2일 박 전 대통령의 비공개 만남 요청에 응해 첫 만남을 한다. 이 전 총재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첫인상을 “차분하고 침착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부모님이 모두 비명에 가신 참담한 일을 겪었는데도 어두운 이미지는 전혀 없었다”고 기술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우리나라가 경제난국에 처한 걸 보고 아버님 생각에 목이 멜 때가 있다”며 “이럴 때 정치에 참여해 국가를 위해 기여하는 게 국가와 부모님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이 전 총재는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이왕이면 깨끗한 정치를 내세우는 한나라당에 입당해 정치했으면 한다”고 의사를 전했고,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외연을 넓히는 데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흔쾌히 승낙했다. 그를 정치에 입문시킨 사람은 나”라고 설명했다.
또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맡아 천막당사로 옮겨 당의 재기를 이루는 것을 보고 내 결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에는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그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이 전 총재는 “대통령이 된 후 국정운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고 기대도 접었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터지고 탄핵 사태까지 진전되는 상황을 보며 그의 실질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궁지에 몰렸을 때 더 이상 대통령직에 있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대통령직에서 하야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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