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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문재인, 국정 ‘홍보‘에만 치중…’말 바꾸기’도 불안”


입력 2017.08.22 16:58 수정 2017.08.22 16:59        황정민 기자

회고록 출간, 박근혜와 인연 담겨…“내가 정치입문 시켰다”

출간 간담회서 "문 정부 즉흥적 정책 발표…어설퍼 보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이회창 회고록' 출판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홍보하는 데만 치중하는 거 같아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정치는 지지율을 지켜야 하는 거니 당연하기도 하지만 취임 100일 만에 국정보고회를 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어설프게 보여…‘탈원전’ 말 바꾸면 신뢰 떨어져”

이 전 총재는 또 “아무래도 어설프고 서툴러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며 “처음 했던 말을 자꾸 바꾸면 신뢰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중단을 겨냥해 “장기적 국가정책을 즉흥적으로 발표하고 나중에 바꾸는 건 안 된다”며 “원전 중단도 바로 시행할 것처럼 하다가 앞으로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면 국민들은 굉장히 불안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문 정부) 여론 지지율에 영향을 받는 것 이상으로 국가 미래 차원에서 굉장히 걱정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직접민주주의에 독단적 생각…불안해”

그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간접민주주의로 우리 정치가 낙오됐다”고 발언한 데 대해 “독단적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총재는 “직접민주주의에서 간접민주주의로 발전된 게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이었다”며 “다수의 집단이나 힘 있는 자에 매몰되기 쉬운 직접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해서 합리적 정치 제도로 만든 게 간접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접민주주의를 안 하고 간접민주주의에 치중해서 정치가 잘못됐다는 견해는 독단”이라고 비판했다.

또 “광장에서의 집단이 항시적으로 상례화가 되면 법이 정한 국정운영의 틀이 흔들린다”며 “정부가 집단의 의사와 같이 가겠다고 하는 건 굉장히 불안한 말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이회창 회고록' 출판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회고록엔 박근혜와 인연 담겨…“내가 정치입문 시켰다”

한편, 그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소개한 회고록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평가도 담겨있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12월 2일 박 전 대통령의 비공개 만남 요청에 응해 첫 만남을 한다. 이 전 총재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첫인상을 “차분하고 침착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부모님이 모두 비명에 가신 참담한 일을 겪었는데도 어두운 이미지는 전혀 없었다”고 기술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우리나라가 경제난국에 처한 걸 보고 아버님 생각에 목이 멜 때가 있다”며 “이럴 때 정치에 참여해 국가를 위해 기여하는 게 국가와 부모님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이 전 총재는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이왕이면 깨끗한 정치를 내세우는 한나라당에 입당해 정치했으면 한다”고 의사를 전했고,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외연을 넓히는 데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흔쾌히 승낙했다. 그를 정치에 입문시킨 사람은 나”라고 설명했다.

또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맡아 천막당사로 옮겨 당의 재기를 이루는 것을 보고 내 결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에는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그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이 전 총재는 “대통령이 된 후 국정운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고 기대도 접었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터지고 탄핵 사태까지 진전되는 상황을 보며 그의 실질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궁지에 몰렸을 때 더 이상 대통령직에 있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대통령직에서 하야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황정민 기자 (jungm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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