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5주년] 중국 매출 비중 더 큰 오리온, 성공비결은 ‘현지화’
현지 정서 겨냥한 마케팅과 현지인 채용 등 현지화 전략이 1등 공신
파리바게뜨‧CJ제일제당 비비고, 현지 입맛 겨냥한 신제품으로 인기몰이
1992년 수교 이후 중국은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섰다. 13억명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은 내수 시장 정체로 고민하던 국내 기업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공산권 특유의 정부 규제와 더불어 부족한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로 인해 쓴맛을 삼키며 시장 철수를 경험한 기업도 많았다. 그렇지만 기업들에게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국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성공 비결로 ‘현지화’를 가장 먼저 꼽는다.
오리온은 중국 진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 중 한 곳이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벌어들일 정도로 현지에 안착한 회사다. 올 상반기에도 중국에서 675억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539억원) 매출을 뛰어넘었다. 대표 상품인 '초코파이'를 비롯해 '포카칩', '오!감자', '고래밥' 등 제품들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주고 있다. 지난해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은 13.67%로 경쟁사인 롯데제과(5.68%)나 해태제과(4.43%)이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한-중 수교가 맺어지기 전인 1991년부터 중국 현지 답사를 시작했다. 이후 수교가 맺어진 1992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중국 북경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다. 현지 사무소로 중국에 첫 발을 내딛은 오리온은 1997년 랑방 생산공장을 시작으로 현재는 상해시, 광주시, 심양시 등에 총 4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상품인 초코파이는 중국에서 '좋은 친구'라는 뜻이 담긴 '하오리요우(好麗友)'로 판매된다. 친구 간의 우정을 중시하는 중국인을 겨냥한 것이다.
제품 포장지에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색이 주로 사용됐다. 중국에서 빨간색은 기쁨, 즐거움 등을 상징하는 색이다. 또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인 ‘인’(仁)을 더한 마케팅을 펼친 점도 성공비결로 꼽힌다.
중국에서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메가 브랜드로 성장한 '오!감자'(현지명 야투도우)의 성공비결도 현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오!감자'는 중국 시장에서 오리지널 외 토마토, 스테이크, 치킨, 허니밀크, 망고맛 등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맛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품이지만 중국에서는 대박 상품의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해 중국에서 '오!감자' 매출은 2500억원 규모로 오리온이 대표 상품인 '초코파이'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소수의 관리자를 제외한 생산·영업 직원의 대부분을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시장 공략에 힘을 보탰다. 중국 법인 직원 6500여명 중 한국인은 5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이중 10년 이상 일한 베테랑 직원은 절반에 달한다.
2004년 9월 상하이에 첫 매장을 오픈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한 파리바게뜨는 현재 19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을 카페 분위기로 꾸며 현지 베이커리 전문점에 비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을 꾸준히 한 것이 성공비결로 꼽힌다.
파리바게뜨는 육류를 선호하는 현지인들의 특성을 반영해 빵 위에 육송을 얹은 '육송빵'으로 입맛을 사로잡았다. ‘육송’은 양념한 돼지고기나 생선, 닭고기를 바싹 말린 후 분말 형태로 만든 것이다. 또 현지 빵집에 비해 종류를 4~5배 늘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대폭 확대한 점도 성공적인 안착에 힘을 보탰다.
CJ제일제당 비비고도 현지화된 만두 제품으로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에서는 2012년부터 광동성 공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출시 초반에는 비싼 가격과 낯선 브랜드 등으로 소비자 공략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주력제품인 ‘비비고 왕교자’를 생산하며 매출 70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230억원의 성과를 거두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만두피부터 만두소까지 신선하면서도 맛있고, 다양한 조리가 가능한 ‘한국식 만두’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렸다.
아울러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식재료인 옥수수와 배추 등을 활용해 ‘비비고 옥수수 왕교자’, ‘비비고 배추 왕교자’를 출시하는 등 중국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중국 내 ‘비비고 만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광저우 공장 규모를 3배로 늘리는 공사를 시작했고, 올해 베이징 인근에 신규 공장을 짓고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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