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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에게 뭘 먹이나"…가시지 않는 밥상 공포


입력 2017.08.21 06:00 수정 2017.08.21 05:56        손현진 기자

"분유에도 계란 성분 들어갔다더라"…업체 해명에도 '못 믿겠다' 반응

'계란 알아서 피하자' 분위기도…판매 재개됐지만 판매율 '뚝'

17일 오후 울주군청 공무원들이 살충제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된 울산시 울주군 산란계 농가의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가 계란을 참 좋아해서 하루에 하나씩 먹였어요. 살충제 성분이 들었을까봐 이제 먹이지 않으려는데 냉동실에 얼려둔 두부 스테이크와 새우전이 있네요. 해동해서 계란 묻혀 부치기만 하면 되도록 대량으로 만들어놨는데 어쩌죠? 계란 대신 사용할만한 게 있을까요?"

햄버거 병과 질소 과자 파문이 잊히기도 전에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먹거리 공포를 뜻하는 '푸드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아이에게 먹일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부모들 사이에서 불안감과 함께 식단에 대한 고민까지 불거지고 있다.

살충제 계란 문제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지난 15일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계란, 달걀과 관련된 글이 쇄도하고 있다. 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정서는 불안감이다.

A누리꾼은 "어른인 나는 계란을 먹어도 되지만 우리 애는 이제 뭘 먹여야 하냐"면서 "우유와 치킨, 마요네즈와 과자까지 모두 다 살충제 성분이 들어갔을까봐 먹이지를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한때 분유에도 계란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이야기가 퍼져 육아정보 커뮤니티에서는 갓난아기에게 분유를 먹여도 되는지, 어떤 업체 제품이 괜찮은지 등을 묻는 글들이 넘쳐났다. 이에 따라 분유를 제조하는 업체들이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원재료와 완제품, 출하 전에 잔류농약 등 331종의 자체 검사를 실시한다"면서 "검사 결과 문제가 된 비펜트린과 피프노닐은 물론 다른 농약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다른 회사들도 잇따라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고 설명했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분유 관련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데일리안

그렇지만 이미 불안감에 휩싸인 소비자들은 회사 측 해명마저 쉽게 믿지 못하고 있다. B누리꾼은 "제조업체들은 하나같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믿음이 가지 않는데도 믿고 먹여야 하나"라는 글을 올렸다. 댓글에서도 '솔직히 믿을 수 없어 모유만 먹이겠다', '아기 키우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며 불신을 표하는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안이 극심한 것은 정부의 전수조사에 대한 신뢰감이 흔들려서다. 정부는 총 1239개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를 단 3일만에 끝마쳐 '졸속검사' 우려가 제기됐고, 브리핑 때마다 부적합 농가의 숫자와 난각에 표시되는 생산자명을 번복해 국민의 불신이 커졌다.

'정부 조사에 기대지 말고 알아서 조심하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인 계란을 아예 먹지 않고, 콩이나 고기, 두부 등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포털 블로그에선 '계란 파동에 단백질 섭취를 두부로 대체한 요리법'과 '살충제 계란 대체식품'과 같은 글들이 공유되고 있다.

아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학교와 어린이집에서도 계란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다른 식재료로 바꾸고 있지만 혼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계란 사용과 관련해 정부나 지자체, 교육청 등 관련 기관의 지침이 없는 상황인 탓이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8일 "전수검사 결과 총 1239곳의 농장 중 49곳(3.95%)이 부적합으로 판정됐다”고 발표했다. 부적합 농장의 계란은 전량 폐기 처분됐고, 적합 판정을 받은 나머지 1190개 농장의 계란은 즉시 시중에 유통될 예정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싸늘한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평소 물량의 80% 이상 판매가 재개됐지만 계란 판매량은 파동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전했다. 유통가에선 소비자들 사이에 팽배한 푸드포비아로 인해 계란 파동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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