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지층 반대 무릅쓰고 '사드추가 배치' 완수해야
성주군 사드배치 지역 사실상 무정부상태
몸으로 배치 막는 진보단체 극복이 관건
성주군 사드배치 지역 사실상 무정부상태
몸으로 배치 막는 진보단체 극복이 관건
암담했다. 28일 금요일 오전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예정되어있는 경북 성주 지역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가슴이 답답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나름대로 교묘한 줄타기를 한다고 갖가지 묘수를 쓰는 것 같지만, 결국 미국에게도 중국에게도 좋은 소리 듣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한미동맹에 크나큰 균열은 불문가지(不問可知)고, 이제는 일부 진보단체들이 쥐고 흔들면 국가의 존망대사(存亡大事)도 이리저리 흔들리는구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반전(反轉)이다. 28일 금요일 밤 11시41분 북한은 화성-14호를 또다시 쏘아 올렸다. 지난 4일 미국 본토까지 타격이 가능하다는 화성-14호를 발사한 지 24일만이다. 이번에도 고각발사를 했고, 지난번에 비해 정상 각도로 발사 시 사정거리가 거의 3천 킬로미터가 더 늘었다. 미국 동부지역까지 충분히 타격하고도 남을 거리다.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즉시 새벽 1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사드 잔여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천만다행이다.
국가운영의 기본은 약팽소선(若烹小鮮)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 若烹小鮮).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마치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작은 생선을 구울 때 너무 센 불에 굽거나 또 자주 뒤집으면 익지도 않으면서 살은 살대로 다 부서져버려 제대로 먹을 것이 남지 않는다. 국가운영도 마찬가지다. 정책을 너무 거칠게 몰아붙이면 국민들의 동의와 순응을 얻기 어렵다. 또 너무 자주 이랬다 저랬다하면 국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출지 몰라 결국 제대로 된 결실을 거두기 힘들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무엇인가에 쫒기는 듯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할 때 무리를 하더라도 다 해치워야 한다는 어떤 강박관념에 빠져있는 것 아닌가하는 느낌마저 준다. 28일 하루만 해도 그렇다. 탈(脫)원전 공약을 밀어붙인다면서 발족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청와대·정부가 서로 핑퐁을 쳤다. 먼저 공론화위원회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공론을 모아 정부에 건의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청와대는 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대로 집행한다고 했다. 그 직후 공론화위원회도 또 말을 바꾸었다. 국가의 대사를 두고 나중에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사전면피에 급급한 모습들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미국에서는 ‘북한제재법안’이 25일(현지시간) 하원, 27일(현지시간) 상원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되었다. 같은 시간 우리나라에서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최소한 내년 가을, 극단적인 경우 사실상 배치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결정됐다. 이미 북한의 무력도발수위의 고도화는 예상된 바이고, 미국의 군(軍) 및 정보기관의 책임자들이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까지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결정은 너무나 안이하고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차원의 것이었다. 물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사드 잔여 발사대 4기의 추가배치가 전격적으로 결정되었지만 말이다.
우왕좌왕(右往左往) - 철학의 부재인가? 컨트롤타워의 부재인가?
사실 현장에서 접한 공직자나 기업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탈(脫)원전정책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슨 천형(天刑)이라도 내려진 듯 끝장을 내려는 기세다. 하지만 외국에 같은 원전모델을 수출하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 돕겠다고 한다. 이게 무슨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걱정이 돼서 없애겠다고 하면서 다른 나라에게는 그것을 사라고 한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기업들에게 한쪽으로는 추가로 법인세(일명 존경과세) 올리고 평균임금 올리고 또 평창올림픽에도 많은 기여(사실상 준조세)를 부탁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일자리도 만들라고 하면 기업들 입장에선 울라는 말인지 웃으라는 말인지 가늠인들 할 수 있겠는가.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사람중심 경제 패러다임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새 정부의 경제철학을 기업인들이 공유하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대기업 총수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압박으로 와 닿았을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경제 패러다임은 헌법 119조 ①항에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그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최근 필자가 만난 과거 정부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통치철학의 부재 내지는 균형감의 상실이다. 둘째는 큰 시각으로 조율·조정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다. 대통령 주변에 운동권 내지 시민단체 출신 참모들이 대거 포진하다보니 한쪽으로 경사된 자신들의 신념을 실체화시키려는 데 무리에 무리를 하게 되는데, 이를 견제해 줄 세력들이 미약하다보니 균형감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장이나 수석들 차원에서 실세 비서관․행정관들의 과격한 아이디어를 거시적·장기적 관점에서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데 실장과 수석들이 밀리는 것 아닌가하는 분석이다.
사드 잔여 4기 발사대 추가배치 실현 여부가 분수령
현재 사드 발사대 2기와 X-밴드레이더가 전개·가동 중인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는 사실상 무정부상태·무법지대다. 진보단체 회원들과 일부 지역주민들이 사드가 배치되어 있는 성주골프장으로 가는 길을 봉쇄하고 검문을 한다. 심지어 패트롤카들 제외하고는 경찰차량은 물론 군(軍)의 작전차량도 예외 없이 검문을 한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진보단체들은 29일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 정부의 사드 배치와 관련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규탄하면서 “불법적 사드 체계와 장비 운용을 위한 어떤 공사나 연료공급, 인원 출입도 막아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 결정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결정만큼이나 옳은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1년 넘게 성주 사드 배치 지역들 봉쇄하고 있는 진보단체들의 벽을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평택 대추리의 미군기지 건설 당시 진보단체들의 상상을 초월한 반발과 저항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노 대통령의 참모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그 과정을 생생히 목격했을 것이다. 자신의 강력한 지지그룹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가의 미래를 먼저 걱정했던 노무현의 고민을 봤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추진력을 기대해 본다.
글 / 황태순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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