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청사진 허구성…'증세없는 복지' 꼼수라 그렇게 외치더니
문재인, 야당 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 맹비판
야권 "'장밋빛' 허울 씌워 국민 호도해서는 안돼"
2015년 2월 9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전신)을 이끌게 된 문재인 신임 대표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바로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비판이었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등 부자 감세 철회를 뚫고 나갈 것이다"라며 "(박 정부의) 꼼수에 맞서 서민 지갑을 지키고 복지 줄이기를 반드시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야당 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 맹비판…대통령 되고 나선 '과거 되풀이' 비난받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공식적으로는 증세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상의 증세'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국민건강을 이유로 담뱃세를 올렸지만 흡연율은 크게 줄지 않고 결국 우회적으로 세금을 더 걷기만 한 게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거쳐 집권하게 된 문재인 대통령 역시 별 수 없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지난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에 내몰렸다. 명목상으로는 '증세 없는 복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그 뒤로는 '증세'가 반드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국정 과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100대 국정과제'가 발표됐는데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정부는 주요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을 178조원으로 잡고, 세입 확충과 세출 절감으로 82조6000억 원과 95조4000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수 증가분으로 60조5000억 원을 충당하겠다는 것이 복안인데 문제는 세금이 앞으로 현재처럼 걷힐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100대 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178조원의 소요 재원을 얘기하면서 세금 문제는 명확히 밝히지 않자 당장 야당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재원 무대책 발표이자 민생 무대책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청사진' 100대 국정과제 이행시 '증세' 없이는 실현 불가능
겉으로는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하면서 국정 청사진을 제시했는데 사실상 '증세' 없이는 해낼 수 없는 과제와 공약들로 가득 차 있다는 시각에서 나온 비판이다. 이러한 지적이 터져나오자 문재인 정부는 단 하루만인 지난 20일 '증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서서히 '여론전'을 벌이는 모양새까지 연출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러한 허구성에 대해 즉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솔직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100대 과제' 발표하며 소요예산을 178조원으로 잡은 것은 증세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이다"라며 "무리한 공약 위해 세금 인상으로 국민의 부담 전가시키는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의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도 "100대 국정과제 발표때 증세 없는 복지하겠다고 호언하더니 단 하루만에 다른얘기한다"면서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금폭탄 공화국이 될 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비난했다.
다른 야당들은 '국민 호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과제 달성에 필요한 재원은 178조원이라고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실제 소요되는 예산이 이에 몇 배가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세수의 자연증가분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은 꼭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농사짓는 것처럼 무책임한 처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패할 것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한 장밋빛 계획을 국정과제라는 허울을 씌워 국민을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야권 "'장밋빛 계획' 허울 씌워 국민을 호도해서는 안 될 것"…경제실무진도 난감한 처지 드러내
이찬열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솔직해져야 한다. 공약 과제 중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밝히고 특히 증세 필요성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채운 족쇄에 갇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증세'와 관련해선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 등을 우려해 지방선거 이후로 살핀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정작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들어갈 재원이 설정 범위를 벗어날 것이 확실해지자 '증세 카드'를 내비치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부자증세'와 같은 특정 계층에 집중해 부과하는 방안 등이 민주당 지도부 등을 중심으로 나오면서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 입에서마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실정이다.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와 소득세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재정 당국이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고, 마침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열리는 만큼 (거기서) 같이 얘기해 보는 걸로 하자"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과거 꼼수로 치부하며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정작 본인이 집권하게 되면서 '국정 청사진'에 같은 방식으로 편성했다가 허구성 비판에 직면하자 '증세 카드 전략'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에 정치권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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