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무비] 서울극장·신문광고…90년대 소환한 '옥자'
온라인 동시 개봉 논란, 멀티플렉스 상영관 보이콧
'한국 영화 상징' 종로·충무로 부활? 이색풍경 예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만큼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된 작품도 드물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극장가에는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도 동시에 진행하기로 하면서 국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논란을 불러온 작품이다.
특히 지난달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일부 영화인들이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줘선 안 된다며 반발해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또 시사회 도중에는 야유가 터져 나오면서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국내에서는 시장 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이유로 3대 멀티플렉스 상영관(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이 개봉을 보이콧한 상태다. 이 같은 영화계의 반발로 흥행가도에 가시밭길이 펼쳐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발길을 끊었던 상영관을 통해 90년대 향수에 빠져드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처럼 90년대로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며 반색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다.
1998년 CGV강변을 시작으로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이 전국적으로 문어발 확장을 하면서 힘을 잃어간 극장들은 '옥자'를 부활의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90년대 영화의 상징이었던 서울 종로의 서울극장, 충무로의 대한극장이 대표적이다.
종로의 피카디리가 CGV로 흡수되고 단성사, 명보극장, 스카라극장 등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극장과 대한극장은 '옥자' 덕분에 모처럼 극장이 북적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옥자'는 전국 79개 극장, 103개 스크린을 확정 지은 상태다. 서울에서는 서울극장과 대한극장 외에도 KU씨네마테크, KU씨네마트랩, 씨네큐브광화문, 아리랑씨네센터, 아트나인, 에무시네마 등 12개 상영관에서 상영된다.
경기/강원권은 25개, 대전/충청권은 13개, 부산/경남권은 7개, 대구/경북권은 6개, 광주/호남권은 16개 극장에서 개봉이 확정돼 관객맞이에 분주하다. 이 가운데 KU씨네마테크, KU씨네마트랩, 서울극장, 씨네큐브광화문, 아트나인 등 총 14개 극장에서는 고해상도 4K화질을 지원해 멀티플렉스 상영관 못지않은 화질을 선보인다.
특히 파주 명필름아트센터에서는 4K 고화질 상영은 물론, 360도 입체적 사운드가 구현되는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지원해 가장 최적화된 환경에서 '옥자'를 만끽할 수 있다.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스페셜 광고는 새롭게 불고 있는 복고 분위기를 적극 활용한 결과물이다.
'전 세계 제일의 슈퍼돼지 옥자를 구하라!'는 카피를 비롯해 재치 넘치는 문구로 가득 찬 '옥자'의 스페셜 광고는 영화의 개봉을 확정 지은 전국 극장 리스트와 함께 추억을 되살리는 복고 스타일로 제작됐다.
'옥자'가 선보일 새로운 재미와 허를 찌르는 유머를 예고하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 광고는 지난 19일부터 일간지에 실리면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옥자'가 영화계에 불러올 파장에 관계없이 이 같은 홍보 마케팅이 관객들에게 먹혀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옥자'는 최근 1만석의 선예매 오픈만으로 전체 영화 예매순위 2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상영관 확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영화 흥행 요소인데, 극히 제한된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옥자'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편,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섬세한 연출력과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아온 봉준호 감독과 넷플릭스의 합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개봉을 동시에 진행하는 도발적인 방식이 영화계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옥자'가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도움 없이 흥행에 재미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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