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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우리는 박열처럼 살고 있는가…영화 '박열'


입력 2017.06.18 08:30 수정 2017.06.19 09:11        부수정 기자

이준익 감독 연출…이제훈·최희서 주연

"부당한 권력에 맞선 젊은이 이야기"

'박열'은 간토 대학살이 벌어졌던 1923년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최희서)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준익 감독 영화 '박열' 리뷰
이제훈·최희서 호연 돋보여


"재판장, 수고했네. 내 육체야 자네들 맘대로 죽이려거든 죽여라. 그러나 나의 정신이야 어찌할 수 있겠는가."

독립운동가(1902~1974) 박열은 패기 넘치는 20대 청년이었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결코 약해지거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운 그에겐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올곧은 심지가 깊게 박혀 있었다.

박열이 이준익 감독의 열두 번째 영화 '박열'로 스크린에 되살아났다.

영화는 간토 대학살이 벌어졌던 1923년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최희서)의 실화를 그렸다. 그간 대중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박열이라는 인물을 스크린 위에 풀어내며 묵직한 감동을 준다.

1919년, 당시 18세였던 박열은 3.1운동에 참가한 후 도쿄로 건너간다. 이후 적극적인 항일운동을 시작한 그는 19세 때 재경조선학생들과 '혈거단'이라는 청년단체를 만들고, 이듬해 의거단과 흑도회 조직해 항일 투쟁을 이어간다. 그러다 21세 때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를 반대하는 항일운동 여성 가네코 후미코를 만나 연인이자 동지가 된다.

둘은 1923년 간토(관동) 대지진 이후 벌어진 비극적 사건인 관동 대학살을 마주한다. 당시 간토 지방에서 규모 7.9의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약 10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박열'은 간토 대학살이 벌어졌던 1923년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최희서)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일본 내각은 민란의 조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고, 폭동을 일으킨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계엄령을 선포한다. 일본 군인과 경찰, 자경단은 무고한 조선인 6000명을 학살한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두려웠던 일본은 사건을 은폐하고자 적합한 인물로 불령사(박열과 가네코가 한인 14명, 일본인 5명을 모아 만든 아나키스트 사상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던 박열을 지목한다.

'박열'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일본 내각의 계략을 눈치챈 박열은 일본의 끔찍한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스스로 황태자 암살 계획을 자백하고, 조선 최초의 대역죄인이 돼 사형까지 무릅쓴 공판에 몸을 던진다.

'박열'은 그간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의 활약상에 집중한 무거운 영화와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무서울 것 없이 패기 넘치는 박열과 그의 연인 가네코 후미코의 호기로운 모습이 생생하게 날아오른다.

암울했던 시대를 산 두 사람은 부당한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절망적인 상황이 닥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둘을 운명으로 이어준 것은 온갖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신념과 사랑이었다.

"인간이라는 자격 하나만으로 평등한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평등한 인간을 짓밟는 악마 권력", "우리 같은 불쌍한 계급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면서 투쟁하고 싶다" 등의 대사는 시대를 뛰어넘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워준다.

'박열'은 간토 대학살이 벌어졌던 1923년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최희서)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메가박스(주)플러스엠

관객들은 옳지 않은 일을 보면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인간의 평등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당당함을 지녔는지 스스로 자문하게 된다.

신념으로 뭉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사랑도 가슴을 건드린다.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두 사람의 사랑은 신념만큼이나 치열했고, 또 뜨거웠다. 마지막 공판에서 가네코 후미코가 마지막으로 한 대사 "그와 투쟁한 3년이 진정한 내 삶이었다", "모든 과실과 결점을 넘어 사랑했다" 등은 가슴에 '콕' 박힌 채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준익 감독은 "'박열'은 반일 영화가 아니다"라며 "부당한 권력을 향해 진실을 외치는 젊은이의 뜨거운 함성을 담았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철저한 고증을 위해 각 신문사에 연락해 사건의 일어났던 날짜의 신문 기사 내용을 모두 요청해 검토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적은 예산으로 영화를 찍는 게 목표였다"면서 "실존인물에 대한 고증을 통해 등장인물의 진심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화려한 볼거리와 과도한 제작비는 영화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역사 왜곡과 날조를 배제하기 위해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박열'은 간토 대학살이 벌어졌던 1923년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최희서)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메가박스(주)플러스엠

배우 이제훈과 신예 최희서의 열연이 눈부시다.

이제훈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유와 평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박열은 조선인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하는 바람을 품은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 박열'은 흥행을 떠나서 의미 있는 작품"이라며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고, 박열 같은 인물 덕에 우리가 자존감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희서는 '박열'에서 싱그럽고 당찬 여인의 모습뿐만 아니라 일본어 연기를 탁월하게 해냈다. '박열'의 발견이다.

이재훈은 최희서에 대해 "가네코 후미코는 최희서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며 "영화를 본 관객들이 최희서를 많이 기억할 듯하다. 최희서는 대한민국을 이끌 차세대 여배우"라고 강조했다.

이 영화의 미덕은 박열뿐만 아니라 가네코 후미코라는 여성을 촘촘히 들여다본 점이다. 박열과 뜻을 같이한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곱씹게 된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였을 때, 그 행위가 비록 육체의 파멸을 초래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생명의 부정이 아니다. 긍정이다." ('가네코 후미코: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일본제국의 아나키스트' P.263)

6월 28일 개봉. 129분. 12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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