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사회적 대화기구', 노사정위 한계 극복할까
노총 "위원회가 정부 들러리 불과"
기업 "일방적 강요, 파행 선례 기억해야"
문재인 정부의 제1 국정과제는 ‘사회적 대타협’이다. 경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양극화 해소가 선행돼야 하는데,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재계·노동계·시민사회와 정부의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사회적 대타협은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라며 “우리가 도약할 미래는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고, 격차를 줄여가는 사회적 대타협에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진정한 노사정 대타협을 위해 모든 경제주체의 참여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 공약 전면에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 설립’을 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기구’라는 규정 아래 △일자리 창출, 노사관계 재정립, 근로빈곤층 보호를 위한 고용 복지,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루되 △공공부문부터 타협 모델을 만들어 이를 민간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로서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이러한 대화 채널 역할을 주도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이용섭 대통령 정책특보가 부위원장을 맡음으로써 장관급이 위원장을 맡았던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보다 격이 상향조정됐다. 특히 양대 노총과 시민단체를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자단체도 참여했다.
"노정교섭 정례화" "차별적 지원책 마련돼야" 정부 역할 설정도 중요
이처럼 새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첫 국정과제이지만, 핵심은 이 합의기구가 기존 노사정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여부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노·사’라는 단순 구조를 기반으로 했다면, 이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계층 간 이해관계가 훨씬 복잡해져 대화와 타협도 한층 어려워졌다.
노사정위는 지난 1998년 1월 김대중 대통령이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며 출범시킨 대통령 자문기구다. 당시에도 양대 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참석했지만, 건강보험 확대, 정리해고·파견근로제 도입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파행을 거듭했고, 결국 99년 민주노총이 위원회를 탈퇴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이후 사회적 합의기구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그런 만큼, 중앙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하향식으로는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정부가 추진하기 어려운 현안에 대해 사회적 기구를 ‘방패막이’ 삼아 정당성을 확보해왔다는 것이다. 99년 당시에도 민노총은 노사정위가 ‘정부의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논의를 거부한 바 있고, 기업 측도 ‘자발적 참여’가 선행돼야 현실성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민주노총 측은 총파업과 위력시위라는 기존의 방법론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자는 분위기다. 한상균 위원장도 “과거와는 변화된 상황과 현장의 요구에 부응해야한다”며 위원회에 참여하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다만 노조와 정부 간 교섭 정례화에 대한 입장이 확인되지 않으면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게 전제 조건이다. 정부가 지원은 하되 자율적인 대화를 돕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측에서도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되‘사용자의 비용 부담 절감’을 첫 번째 과제로 내걸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사업자의 지역과 업종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 단축은 서로 연동된 문제”라며 “우리 사회 전체가 같이 고민을 해서 풀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장 최저임금을 높이기 위해서 사업주의 비용 부담을 줄여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되는데, 형식적인 대안 마련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중소기업 측의 부담을 고려해 정책 이행시기를 조절하는 노사정 간 협의도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원장은 “우선순위를 조정해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먼저 수용하고, 그 다음 최저임금, 마지막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식의 합의는 어떨까 싶다”며 “사업주의 비용 부담을 완화시켜야 사업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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