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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종교인 과세' 또다시 유예 움직임…실현 불투명


입력 2017.06.11 00:01 수정 2017.06.11 06:36        이슬기 기자

대형 교회·사찰 '표' 의식…보수정권 9년간 '눈치'만

당초 '18년1월 시행 법제화…김진표, 2년 유예 법안 준비

문재인 정부 출범 한달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뒤편으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시민들의 평화적인 광장에서의 촛불과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그리고 이어진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출범 한달은 변화와 안정을 기대하는 시민들에게 안전한 초록불일까? 주의를 요하는 노란불일까? 아니면 빨간불일까?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종교인 과세'는 역대 정부마다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일부 대형교회 및 사찰을 비롯한 종교 단체들의 입김은 곧 선거의 표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들을 지지 기반으로 둔 보수 정권 하에서는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시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새 정부 첫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해당 정책에 대한 시행 의지를 밝히면서다.

앞서 김 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종교인 과세와 관련한 질의에 "내년 시행이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종교인들의 이야기와 다양한 이해관계 등 고려할 것이 많아 종합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종교인 과세의 골자는 의무인 동시에 '권리'라는 지점으로, 정확하게는 소득세 신고다. 소득세법상 기타 소득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추가해 개인의 소득 구간에 따라 6~38%의 세율로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방식이다.

즉, 소득을 정확하게 국가에 신고함으로써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수입이 많은 종교인은 세금을 내고, 수입이 적은 종교인은 국가로부터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대형 종교단체에 근무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오히려 다수의 종교인들이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과세 실효성을 들어 소득세 신고를 반대하는 그룹 역시 전체 종교인이 아닌, 일부 보수 대형사찰과 교회 등에 국한돼 있다. 지난 9년 간 보수 정권이 이 문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웠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5년 11월 당시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는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법제화됐지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2016년 총선 등 각종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시행 시기를 2018년 1월로 유예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현재 2018년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인 만큼, 현 정부 역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김진표 위원장도 오는 2018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과세에는 찬성하지만,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준비 작업 기간이 더 두자는 게 요지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가 연착륙하기 위해선 국세청과 종단이 함께 과세 기준을 만들고, 탈세 등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 방법을 마련하는 등 과제 방안을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사찰의 경우엔 독거 생활을 하는 스님이 절반 이상인데, 이들은 불자들이 시주하는 돈을 사찰 유지와 생활비에 사용한다. 즉, 업무와 가사 비용이 구분되지 않는 셈이다. 또한 목회자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사업에 기부를 한 경우, 이를 비용으로 구분해야 하는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어떤 방식으로 과세를 해야 하는지 기준부터 정해야 하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종교인에게 과세하는 것은 찬성이다.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종교인들에게도 당연히 세금을 물려야 한다"며 "영세교회 목사 등을 비롯해 많은 종교인은 한 달에 220만원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근로자다. 이들의 경우 오히려 과세가 이뤄지면 근로장려세제 대상으로 분류돼 정부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금은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아 오히려 혼란을 유발할 수 있으니 일단 준비부터 하자는 것"이라며 "홀로 생활하는 스님이나 큰돈을 기부한 목회자 등 여러 가지 경우에 대한 과세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과세를 시작하면, 탈세 제보만 곳곳에서 쏟아지면서 큰 혼란이 생기고 국가권력과 종교가 충돌하는 일도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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