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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한 달…높은 지지율 이면에 숨은 '함정'


입력 2017.06.11 00:01 수정 2017.06.11 12:03        이충재 기자

"높은 지지율, 뭐든 밀어붙여도 된다는 시그널 안된다"

"무리한 속도전 탈난다"…의욕과잉과 조급증 경계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국가 치매책임제와 관련해 서울 강남구 국민건강보험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관계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

취임 한 달을 맞은 문재인 정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통'과 '개혁'이다. 지난달 10일 취임식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한 소통 행보는 '문재인표' 개혁정책 추진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시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은 '양복 상의를 직접 벗고, 커피를 따르는' 모습으로 상징되는 탈권위주의로 발현됐다.

문 대통령에게 쏟아진 기대와 호평 못지않게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 스스로 약속한 '5대 인사원칙'을 후퇴시킨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문 대통령 첫 인사의 상징성을 가진 이낙연 국무총리의 위장전입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인사원칙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후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도 잇따라 '기준미달'로 확인되면서 원칙 훼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현재까지 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도 열지 못하고 있다. 한 달이 되도록 장관급 후보 18명 중 6명밖에 지명하지 못했고, 일부 후보자는 청문회 문턱에 걸려 있다. 특히 야당을 끌어안으려는 통합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일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경과 보고서 채택이 지연되고 있지만, 청와대 정무라인을 통해 야당을 설득하는 형식적인 방법으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야당은 인사원칙 위배 논란 등을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허니문'을 끝내고 전면전 모드로 돌아섰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추경에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국민에겐 쇼통, 야당에겐 불통, 비판세력에게 먹통, 공무원에게 호통만 치는 4통 정부(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이라는 날선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한달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뒤편으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높은 지지율 이면에 숨은 '함정'…"뭐든 밀어붙여도 된다는 건 아냐"

문 대통령의 취임 한 달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지표는 국정운영 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7~8일에 전국성인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82%로 집계됐다. 취임 초기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수준이다.

높은 지지율 이면엔 '함정'이 숨어 있다. 정치권 한 원로인사는 "높은 지지율이 뭐든 밀어붙여도 된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면 안된다. 지지율이 높을수록 고꾸라지는 건 한순간"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가장 큰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 '최초의 과반 득표 대통령'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임기 초반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이 같은 득표율과 지지율에 기댄 자신감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인사 참사'를 낳았고, 오히려 새 정부의 야심찬 정책 추진에 저항으로 작용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에서 촉발된 광우병 파동으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개혁과제 서둘러 끝낸다'는 조급증 엿보여…"속도전에 탈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취임 초 개혁 과제에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이 읽힌다. 정권 초마다 반복된 몸살의 발병원인도 의욕과잉과 조급증이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에 '1호', '2호'식으로 번호를 붙이며 특정 현안에 공개적으로 서명하는 것은 개혁과제를 속전속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 대통령의 인사 공약이었던 '5대 인사원칙'에 대한 후퇴 논란도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밟지 않은 속도전에서 비롯됐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놓은 국정교과서 폐지나 11조원 일자리 추경, 군‧국정원‧검찰 개혁 등은 정치권과 협의가 필요하거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자칫 새 정부의 조급증이 정책을 그르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이명박 정부 출신 핵심 관계자는 "성공한 대통령‧정부가 되기 위해선 속도조절을 잘해야 한다"며 "광우병 파동을 복기해 보면 임기 초반에 조심성이 부족했고, 너무 급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리하게 속도전을 벌였다가는 탈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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