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H형강 전면전 불가피
현대제철 “베트남산 H형강 국내 수출에 따른 맞대응”
포스코 "국내 철강 유통업체들이 들여오는 것...인위적 조절 쉽지 않다"
현대제철 "베트남산 H형강 국내 수출에 따른 맞대응”
포스코 "국내 철강 유통업체들이 들여오는것...인위적 조절 쉽지 않다"
현대제철이 베트남 H형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인 수출 확대에 나섰다. 이에 베트남 현지에서 중국산 H형강이 반덤핑 판정을 받은 이후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기대했던 포스코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11~13일 베트남 현지 고객사 3곳을 방문해 H형강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공급 규모는 연간 총 5만톤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MOU는 국내서 수입산 H형강 증가로 국산 제품의 설자리가 좁아지면서 수출을 통해 판로를 확대하겠다는 각오”라며 “베트남 현지에서 중국산 H형강에 반덤핑 관세가 매겨지게 되면 수요 확대 및 내수가격 상승이 기대돼 점진적으로 수출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지난 3월 22일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덤핑률은 진시강철 29.4%, 일조강철 21.18%, 기타 업체에 36.33% 등으로 포스코SS비나가 기존에 요구했던 31%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최종판정은 오는 10~11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현대제철이 베트남 수출 확대를 선언한 진짜 속내는 포스코 베트남산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H형강이 베트남에서 반덤핑 예비관세를 받게 될 경우 포스코가 내수 물량에 집중하며 H형강 국내 수입을 감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올 4월까지 베트남산 H형강은 7만톤에 달한 상태다. 전체 수입 34만톤 가운데 20%를 상회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산에 반덤핑 예비관세가 매겨진 이후 베트남산 H형강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감소 기미가 보이지 않아 베트남 수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포스코의 향후 베트남 현지 판매 전략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베트남 H형강 연간 수요는 약 35만톤이다. 이 중 중국산이 27~28만톤을 차지했고 포스코가 4~5만톤을 판매해왔으나 현대제철이 반격에 나서면서 판매 목표 달성에 변수가 생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SS비나의 가동률이 아직 6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생산을 더 늘려야 하는 입장이지만 현대제철이 수출이 늘리게 되면 생산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포스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SS비나에는 올해부터 2019년까지 291억원의 투자가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투자 목적은 공장 증설 및 합리화 등 생산성 향상이다. 향후 현지 수요에 따라 언제든 증설이 가능한 상태로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이번 결정이 포스코 베트남산의 국내 수입이 더욱 증가하게 될 빌미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포스코가 국내 수출을 늘릴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며 “현대제철이 베트남 수출을 본격화할 경우 포스코 역시 수출 비중을 확대해 국내시장이 현대제철, 동국제강, 중국산, 포스코 베트남산 등 4자구도로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대해 포스코 측은 베트남산 H형강의 국내 수입에 포스코가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베트남산 H형강의 국내 수입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철강 유통업체들이 베트남산 H형강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으로 인위적인 물량 제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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