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훈풍에 한국채권투자 100조원 돌파…왜?
6월 대규모 만기도래 전 재투자에 나선 외국인
지난주 채권시장서 약 9000억원 순매수
국내 기업 실적 회복세·원화 강세에 따른 것
원화채에 대한 캐리수요 증가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6월 집중된 대규모 만기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인 재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1년 이하 단기채 위주로 매수가 이뤄졌으나 최근 10년 이상의 장기채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채권시장에도 훈풍이 불 조짐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주(4월24∼28일) 채권시장에서 882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로써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100조1000억원으로 다시 100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12월에는 89조원대를 기록하며 한국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외국인은 10조원 이상의 원화 채권을 사들이며 다시 채권투자규모를 100조원대로 늘렸다.
외국인의 우리나라 채권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국고채와 통안채인데 최근 들어서는 만기가 짧은 통안채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을 두드리는 이유는 최근 FX스왑포인트(선물환율-현물환율)의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면서 무위험 차익거래(arbitrage) 환경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입장에선 달러/원에 대해 환헤지를 걸면서 원화 채권을 매수할 경우 약 0.5%포인트 가량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말부터 국내 기업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다음 달 대규모 국채 만기를 앞두고 1년 이하 단기채 위주로 투자했고 만기 5년 이상의 중장기 채권도 2600억원 가량 순매수했다”며 “채권시장은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우호적인 수급 여건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화 채권의 캐리 트레이드(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나라의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 매력 제고를 고려하면 외국인은 당분간 모든 만기 구간 채권에 우호적 수급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주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만기 20년 지표물인 국고 ‘16-6을 매수하는 등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월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중 유일한 국고채권인 국고 ‘14-3이 3년물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주 진행된 중장기채 매수는 종목교체와 관계없이 원화채에 대한 캐리수요로 풀이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최근 원화채 금리가 미국채 금리 대비 하락 폭이 제한되면서 캐리 매력도가 더욱 확대된 것으로 보임 이에 반해 단기물의 경우는 종목교체 차원에서 선제적인 매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인 입장에서는 최근의 스왑 포인트 역전을 활용해 단기물 재투자에 나설 유인이 큰 것으로 보이며 이를 감안하면 당분간 단기물 위주의 순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스왑 포인트 역전이 지속되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선제적인 단기물 재투자에 나설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라는 점과 원화채 캐리 매력 제고를 감안하면 당분간 모든 만기구간에서 우호적인 외국인 수급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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