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9차 공판 공회전한 특검…증인심문은?
명확한 증거 없이 주장만...법리다툼 사라져
공소사실 불명확 지적...2일 증인신문부터 달라질지 주목
명확한 증거 없이 주장만...법리다툼 사라져
공소사실 불명확 지적...2일 증인신문부터 달라질지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재판이 서증(서류증거)조사를 마치고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하는 가운데 명확한 증거를 제시 못하고 있는 특검이 공회전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2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진행 중인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 지난달 7일부터 28일까지 총 9차례의 공판에서 특검이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 대부분을 입증하지 못했다.
대부분 오후 8시 이후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특검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정황만을 나열하며 추정과 예단에 의존하다보니 논리적 비약도 나타나고 있다. 수사 당시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던 자신감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특검-삼성, 치열한 공방으로 ‘말의 잔치’...정작 증거 부재
특검과 변호인단은 그동안 재판에서 이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 5인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여왔다.
특검은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씨의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고 미르·K스포츠 재단과 승마지원 등 뇌물을 제공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경영권 강화를 위한 로비와 청탁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변호인단은 재단출연과 승마지원 등에 대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강요와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9차 공판에서도 양측은 공방을 이어갔다. 특검은 상호 암묵적인 합의를 통해 상대방의 요청을 수용하면 그에 대한 실질적인 언급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묵시적 청탁’을 강조하면서 명확한 증거를 제시 못하는 상황을 방어하느 모습을 보였다.
특검은 삼성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삼성물산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현안임을 서로 알고 있었고 이를 위해 찬성결정을 요구하고 수용하면서 청탁이 성립된다는 논리였다. 특검은 "청탁은 명시적 청탁 뿐 아니라 묵시적 청탁도 존재하는 것"이라며 “명시적 청탁도 입증하겠지만 묵시적 청탁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변호인단은 공소장 상에서도 청탁이 없고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청탁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알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소장에서 나온 관련 내용이라고는 '삼성이 합병 성사 위해 노력했다,' '대통령 등 정부 측에서 지원했다,' 는 것들이 전부라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공소장에 기재된 이 부회장의 행위는 ‘피고인 이재용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을 발표했다는 ’사실‘ 단 하나로 다른 피고인들도 삼성물산 주주들을 설득해 위임 노력을 했다는 것이 전부"라며 "합병 성사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공소장에 적시된 피고인들의 합병 관련 행위의 전부"라고 강조했다.
결국 변호인단은 삼성 경영진이 삼성물산 합병 찬성표를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일 뿐 대가성 청탁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또 특검이 주장으로 제시한 묵시적 청탁을 입증할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도 공소사실 불명확 지적...증인신문에서 달라질까
결국 공소사실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는 특검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재판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검이 공소장에 기재한 사실을 입증할 직접증거를 내놓지 못하면서 재판은 정황만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들으면서 재판소요 시간만 길어지고 있다.
마지막 서증조사였던 9차 공판에서도 이같은 양상은 지속됐다. 이 날 오후 9시40분까지 지속된 재판에서 재판부는 많은 증거조사에서도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결정에 대해서 영향을 끼쳤다는 특검의 공소사실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재판 말미에 특검에 “오늘 재판에서 제시된 증거 말고 피고인들이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삼성물산 합병) 차성 결정에 직접 영향을 끼쳤다는 증거는 뭐냐”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2015년 7월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이 부회장과의 만남”이라며 “당시 합병비율 조정 등에 대한 제안 있었다”고 답변하면서 그 날 있었던 재판 내용을 반복했다.
이어 “증인신문 이뤄지면 그 부분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며 “홍 전 본부장이 사실대로 모두 진술하고 있어 차후에 분명 모두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이며 증인신문으로 넘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수사때 차고 넘친다는 증거를 서증조사에서 제시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증인신문에서 이에 대한 보다 명확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다.
결국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법리다툼은 사라진 채 양측의 공방만 이어지는 말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 비판을 넘어선 비난으로 감정싸움으로 번질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26일 7차 공판에서 양측의 감정싸움 조짐을 보이자 재판부가 재판 말미에 서로를 자극하지 말라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은 증거 설명시 입증취지를 밝히고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말하면 될 일”이라며 “변호인은 특검의 증거 입증 능력 부족하다고 말하되 특검의 의도나 방향성 등과 관련한 언급은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재판은 9차례에 걸친 서증조사를 마치고 2일부터 증인신문에 들어간다. 이 날 재판에서는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을 시작으로 증인신문에 나선다.
증인신문은 재판과 관련된 인물들이 사실관계 및 그에 따른 의견을 밝히는 절차인 만큼 향후 재판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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