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동행' 반기문을 따라가보니... 아직은 '알쏭달쏭'
기자가 본 반기문…예상대로 '클래식', 의외의 '활동성'
"곤란한 질문은 NO!"…"잘 좀 부탁드립니다!"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지난 12일 귀국한 이후 2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각 언론사와 SNS상에서는 그를 다룬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반 전 총장측 관계자도 "왜 언론이 다른 대선주자들도 많은데 반기문 얘기만 하고 있냐"며 앓는 소리를 할 정도다.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은 외교관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그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는 점과 풀리지 않은 친인척 비리 의혹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광폭 행보'에서 보여준 일련의 모습들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턱받이', '퇴주잔', '나쁜X' 논란 등 가는 곳마다 구설수를 몰고 다니는 반 전 총장, 카메라 뒤에 감춰진 그의 모습을 동행한 현장 기자의 눈으로 살펴봤다.
예상대로 '클래식' 의외로 '활동적이기도'
반 전 총장은 패션은 한 단어로 '클래식'이다. 늘 검은색 정장을 위아래로 차려입고 와이셔츠는 흰색, 넥타이는 튀지 않은 색으로 맨다. 여기에 깔끔한 헤어스타일까지 더해져 완벽한 '반기문 패션'이 완성된다. 눈 씻고 찾아봐도 흠 잡을 곳이 없다.
다만 걸음걸이와 제스처에서는 자로 잰듯 반듯하기보다 당차고 활동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반 총장의 보폭은 보통보다 약간 넓은 편이며,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려 전진적인 모습이다. 제스처는 꼭 필요할 때만 양 손으로 크게 한다.
말투에 있어서는 높낮이 변화가 크지 않다. 목소리도 작은 편이라 현장 기자들에게는 이 점이 곤혹이 아닐 수 없다. 매번 반 전 총장의 목소리를 좀 더 크게 담기 위해 앞자리 다툼이 치열한 이유다.
이런 반 총장의 이미지는 시민들에게도 각인됐다. 대구에서 만난 60대 여성 2명은 "반기문은 친근감이 있고 정이 간다"며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이곳에서 만난 또 다른 70대 여성은 반기문을 보고 "순수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곤란한 질문은 'NO!' '잘 좀 부탁드립니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 대응에서 이해하기 힘든 구석도 더러 있다. 특히 기자들을 향해 던진 '나쁜X' 발언과 관련해서 그렇다.
반 전 총장으로선 매번 위안부 발언, 친인척 비리에 대해 물어보는 기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화가 쌓여 감정적인 말이 툭 튀어나왔을 수도 있다. 23일 한 방송에 출연해 사과를 했지만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후 반 전 총장은 정치인들과 비공개 만남 뒤 쏟아지는 곤란한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신에 답변이 뻔한 질문에만 반응하는 태도여서 기자들과 더 멀어지는 모양새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24일 "반 전 총장이 기자들하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좋은 질문 좀 해달라. 처음부터 위안부 같은 걸 말하면서 강하게 들어오니까 좀 그렇다"며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처음에 비해 조금 달라진 면도 있다.
밖에서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악수도 먼저 건네고, 눈인사도 하는 등 다소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처음보다 부드러워진 반 전 총장의 모습은 현장 기자들에게는 반길 일이다.
아직 '정치초보'임에도 국민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반 전 총장이 향후 행보에서는 또 어떤 모습과 태도를 보여줄지 시선을 떼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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