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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2017]철강, 보호무역 ‘멍들고’ 구조조정 ‘치여도’ 단단


입력 2016.12.29 06:30 수정 2016.12.29 08:40        이광영 기자

구조조정·보호무역 강화 등 안팎으로 수난

우려 속 실적 개선…내년 위기 극복 관건

포스코 광양제철소 열연제조공정 장면.ⓒ포스코

구조조정·보호무역 강화 등 안팎으로 수난
우려 속 실적 개선…내년에도 위기 극복 관건

올해 철강업계는 안으로는 구조조정 이슈, 밖으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난을 겪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중국을 공급과잉 주범으로 지목하며 열연·냉연 등 철강재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그 여파는 우리나라까지 번졌다.

일부 수요산업 따른 공급과잉도 여전한 숙제였다. 조선업 침체가 올해도 이어졌고 저가 중국산 후판 점유율이 늘어나면서 후판을 공급하는 철강업계의 타격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계는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또 지난해 보다 나은 실적으로 희망을 보여준 한해로 평가받고 있다.

◆구조조정 ‘골든타임’ 무사히 통과
정부는 철강업을 5대 구조조정 업종 중 하나로 분류했다. 실제 중국·일본 철강업계가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 반면 국내 철강업계의 자체 구조조정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철강업계는 한국철강협회를 통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철강 구조조정 보고서’를 의뢰했다. 그러나 최종결과가 나오기 전 중간보고서가 유출되며 곤혹을 치렀다. 산술적인 판단에 의한 후판 설비 대폭 감축과 철근 설비의 지역별 재편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할 BCG의 보고서가 정부의 입맛대로 작성됐다는 의혹도 일었다. 보고서가 작성 중인 시기에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가 각 철강업체 임원들과 접촉해 보고서에 담길 예정이던 구조조정안을 미리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는 주장이다.

철강업계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보고서대로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인위적인 구조조정 시행방안에는 반감을 표했다. 자율적 구조조정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가운데 포스코는 계열사 구조조정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했다. 구조조정 목표로 세운 안건 149건 중 지난 3분기까지 약 100여건을 진행했고 내년에도 27건의 계열사 및 자산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과잉공급 분야인 인천공장 단강(잉곳) 생산용 전기로(20만톤)를 매각하고 순천공장에 고부가 단조제품 설비투자 등을 실시하는 사업재편안으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원샷법 혜택을 적용받았다.

동국제강도 포항 제2후판공장과 설비(180만톤)를 매각하고 고부가 품목인 컬러강판 설비를 증설(10만톤)하며 원샷법 취지에 부합했다. 또 자사 건물인 페럼타워 매각하는 등 선제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한 결과 지난 6월 재무구조개선 약정에서 졸업했다.

◆포스코 61% ‘관세폭탄’…철강, 보호무역주의에 ‘휘청’
철강업계는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인도와 베트남까지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보호무역주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포스코는 올해 들어 열연, 냉연 등 제품에 ‘관세폭탄’을 직격으로 맞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8월 포스코 열연강판 제품에 반덤핑 관세율 3.89%, 상계관세율 57.04%를 적용했다. 중국도 지난 7월 23일 향후 5년 간 포스코 방향성 전기강판(GOES) 제품에 37.3%의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했다.

인도 역시 포스코 열연강판 제품에 45~55%의 관세율을 부과하는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내년에는 철강에 대한 수입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가 멕시코산 완제품 수입관세를 3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멕시코산 자동차 소재 및 완성차의 미국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의 전방위적 통상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통상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 충원 및 역할 격상 등 조직개편을 올해 시행하며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6월 9일 철의 날 행사에 참석한 손봉락 TCC동양 회장(왼쪽부터), 송재빈 철강협회 부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권오준 철강협회 회장,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한국철강협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한해…정유년 위기 극복 가능성은?
보호무역에 멍들고 구조조정에 치인 철강업계는 올해 깜짝 실적으로 절망 속에서 희망을 노래했다.

특히 포스코는 올 3분기에 깜짝 실적을 달성하며 수익성과 구조조정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코는 3분기 1조343억원(연결기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2012년 3분기 이후 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현대제철은 3분기 356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비수기 우려를 불식했고 동국제강도 전년대비 233.4% 증가한 3분기 누계 영업이익(2451억원)으로 재무 안정성을 강화했다.

다만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발 원재료 가격 급등, 미국 금리 인상 등 요인으로 철강업계의 내년 업황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환율만 놓고 보면 수출 경쟁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 여파로 신흥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게 되면 전체적인 수출 실적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철광석 등 해외 원재료 구매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은 복합적 요소를 봐야 하기 때문에 철강업계에 확연하게 긍정 또는 부정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불확실한 요인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동안 오랜 기간 유지됐던 동결 상황 보다 리스크는 커졌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최악의 전망을 딛고 매번 극복해온 뚝심으로 내년에도 희망을 찾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향후 철강사들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 요인이다. 중국 철강 과잉설비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수급개선은 내년 상반기 철강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해에 이어 내년 철강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철강 생산능력 감축 목표는 올해 4500만톤으로 이미 지난 10월말 조기에 달성했다. 또 내년 5300만톤, 2020년까지 1억~1억5000만톤을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NH투자증권 변종만 연구원은 “그동안 수년간 이어진 철강가격 하락 과정에서 겪은 재고조정과 달리 내년에는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비축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철강가격 상승에는 긍정적 환경”이라고 전망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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