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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청문회'로 변질된 '최순실 국조'


입력 2016.12.06 21:18 수정 2016.12.07 01:14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 이재용 부회장에 집중 포화... 억지논리·인신공격성 발언 '눈살'

주범 못세우고 '비선실세'알면서 방관한 국회 잘못 없나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들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 대표이사, 손경식 CJ 대표이사. ⓒ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에 집중 포화...억지논리·인신공격성 발언 '눈살'
주범 못세우고 '비선실세'알면서 방관한 국회 잘못 없나


최순실 청문회가 아니라 삼성 청문회였다. 6일 진행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에서 핵심주범 ‘최순실’은 없었다. 대신 애먼 재계 총수들만 불러세웠고, 특히 삼성을 겨냥한 집중청문회로 변질됐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조 청문회’에서는 삼성을 정조준해 집중포화를 날렸다. 과거 청문회나 국감때처럼 고함이나 인격모독성 발언은 많이 줄었지만, 일부 의원들의 호통과 면박주기는 여전했다. 반도체 직업병, 한진해운 등 ‘최순실 국조’와 무관한 ‘뜬금없는 내용’으로 본질을 흐리기도 했다.

특히 ‘ 최순실 국조’ 특위의 상반된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최순실 국조’ 특위는 7일 예정된 청문회에 핵심주범인 최순실씨와 언니 최순득, 조카 장시호씨 등을 증인석에 불러세우지 못한다. ‘옥중’ 최순실이 ‘최순실 국조’에서조차 국회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반면 국가권력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기업인들에게는 혹독했다. 재계 총수 9명을 TV로 생중계되는 청문회 증인석에 불러세웠다.

◆"삼성물산 합병, 경영승계와 무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더더욱 가혹했다. 예상했던 대로, 17명의 특조의원들은 유독 이 부회장에게 날선 질문의 화살을 당겼다.

그동안 언론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 이번 청문회 증인석이다. 이에 위원들은 그에게 집중타격을 함으로써 존재가치를 돋보이고 청문회 스타로 뜨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모습도 역력했다.

가장 핵심 사안은 삼성물산 합병과정과 국민연금과의 연관성, 그리고 그 배후에서 최순실의 영향력 행사와 그 대가로 거액을 지원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이 경영승계와는 무관하다”면서 “최순실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지원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사후 보고받았다”면서 “어떤 형태로는 불미스러운 지원을 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특히 전경련 탈퇴를 시사함과 동시에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삼성전자 미래전략실도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이강미 산업부장.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여야 의원들은 억지논리로 비약하거나 청문회 취지와 상관없는 뜬끔없는 질문을 던지고,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않았다. 심지어 최순실 사건의 공범으로 몰아붙이며 자백을 강요하기도 했다.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미 10여년 전 김용철 사건으로 밝혀진 증여부분과 과거 e삼성의 실패를 갤럭시노트7 단종사건과 어거지로 결부시키면서 일방적으로 ‘이재용의 실패’로 몰아가는 무리수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박범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재계 총수들을 향해 “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이라며 호통쳤다. 특히 삼성을 겨냥해서는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뤄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보상까지 대부분 마친 ‘반도체 직업병’문제도 거론하며 ‘최순실 국조’의 본질을 흐렸다.

◆"머리가 나쁜것 같다" "자꾸 머리 굴리지 마라"...인신공격성 질타 여전
인신공격성 면박주기도 여전했다. 김한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 부회장의 답변이 늦어지자 “그런 식으로 대답하면 삼성전자 면접시험에서 낙방할 것”이라며 모욕했고, 박영선 의원 역시 “(이재용 부회장은) 머리가 나쁜 것 같다”며 인신공격했다.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50도 안됐는데 평소에도 누가 질문하면 동문서답을 하느냐”며 고압적 어투로 목청을 높였다. 특히 답변이 늦어지자 “자꾸 머리 굴리지 말라”며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급기야 안 의원의 포퓰리즘적 발언에 김성태 국조 특위위원장이 제동을 걸기까지 했다.

팔순을 바라보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의원들의 면박에서 피해가지는 못했다. 박범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K스포츠재단과 차은택 광고회사에 돈을 뜯긴 것이 창피하지도 않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재계 총수들은 한 목소리로 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에 대해 “정부의 요구에 거절할 수 없었다”며 그에따른 대가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부당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 부회장은 거듭 “국민들께 죄송하다”면서 “후회되는 일이 많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어떤 압력이든 강요든, 좋은 회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국민 앞에 죄송하다고 말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기업들이 정권 요구에 거절하지 못하게 만든 이는 누구인가. 그 사이 국회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최순실 사태’로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들 중 상당수는 이미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는 최순실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들 한다. 대한민국 국회가 ‘비선실세’를 알고도 모른 척 한 것 아닌가.

예수는 ‘죄 없는 자가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고 했다. 비선 실세의 존재를 알면서도 모른 척 했고, ‘최순실 국조’에 주범 최순실을 증인석에 불러세우지 못한 국회가 권력에게 돈 뜯긴 기업인들에게 손가락질 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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