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빅3, 반덤핑 ‘공멸’ 피하고 ‘각자도생’?
포스코 베트남산 H형강, 계열사 물량 외 자제 검토
포스코 베트남산 H형강, 계열사 물량 외 자제 검토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포스코를 향해 당겼던 반덤핑 활시위를 놓을 가능성이 생겼다. 이들 철강 빅3는 포스코 베트남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 제소까지 가는 것을 자제하고 각자도생을 위한 방법을 찾는 자리를 가졌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3사 통상대응팀 담당자 및 한국철강협회 관계들은 지난 24일 철강협회서 포스코 베트남산 H형강의 국내 수입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포스코는 이 자리에서 포스코건설 등 계열사에 들어갈 물량 외에는 자사 해외법인인 포스코SS비나(POSCO SS-VINA)로부터 베트남산 H형강의 수입을 자제하고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역시 적극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하는 것 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방침을 세운 분위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날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포스코가 베트남산 H형강을 수입해 유통시장에 뿌리는 물량이 시장을 교란한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며 “포스코서 관련 수입 정책에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앞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H형강업계는 양사가 그동안 구축해 놓은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 제재 성과가 포스코로 인해 희석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며 반덤핑 제소를 검토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의견 교환을 기점으로 포스코가 적극적으로 수입 정책에 변화를 줄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물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국내로 유입된 포스코 베트남산 H형강이 국산 H형강 유통가격 대비 저렴한 부분에 주목했다”며 “소량이라도 베트남산 H형강의 유통으로 국산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것에 불만이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물량이 향후 유통시장에 적정한 가격으로 형성될지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업계에서는 포스코SS비나가 최근 현대제철의 대표적 내진용 H형강인 ‘SHN’과 동급 수준의 제품까지 KS인증을 따내면서 현대제철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포스코가 들여오는 H형강 수입량은 국내 연간 수요 300만톤 대비 5%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국내 H형강 시장점유율은 현대제철이 50%, 동국제강이 25% 수준이며 나머지 35%를 중국산을 비롯한 수입산이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 베트남산 H형강을 판매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아직 포스코로부터 수주를 중단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검토되는 사안이 이행될 경우 판매 전략이 달라져야하는 부분이 있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자칫 공멸로 갈 수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이번 자리를 통해 각자도생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포스코 베트남산 H형강으로 인해 국내 시장이 교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본격적인 보호무역주의 대응을 앞두고 국내업체끼리 반덤핑 제소로 업계가 분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국내에 수입된 베트남산 H형강은 6만8000톤이다. 이 가운데 지난 7월에만 1만8000톤가량이 국내로 들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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