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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핑계로 삼성 맹폭...물산 합병하지 않았더라면


입력 2016.11.30 10:37 수정 2016.11.30 16:07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 2.6조 부실 반영...합병후 흑자전환

'바이오 사업' 미래가치 판단...가면쓰고 기업에 또 협박

삼성물산 로고가 새겨진 깃발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불통이 삼성물산으로 튀면서 정상적인 합병과정에 의혹을 품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조6000억 잠재부실 반영...합병후 과감한 체질개선으로 올해 흑자전환
'바이오 사업' 미래가치 판단...공정한 가면쓰고 기업에 또다른 협박


삼성물산 합병을 두고 말들이 많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의 불똥이 삼성물산으로 옮겨붙으면서 제일모직과의 합병과정시 부당특혜 의혹으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이어 국정조사 청문회까지 불려나가게 됐다.

부당특혜 주장의 골자는 ‘청와대와 최순실의 입김으로 합병찬성의 키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이 손해날 것을 알면서도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합병비율 역시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는 저평가됐고, 제일모직은 고평가됐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과 삼성물산은 “터무니없는 의혹”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황을 뒤짚어 생각해 보자. 만약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이 합병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당시 삼성물산의 상태는 심각했다. 증권가에선 합병 전 삼성물산에 대해 해외프로젝트에서 현안과 손실 등에 따라 수익성 지표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삼성물산은 2015년 결산에서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등 총 2조6000억원의 손실을 미리 반영했다. 이렇듯 내재된 잠재손실을 고려해 합병하지 않았다면 삼성물산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지 않았을까.

◆과감한 체질개선· 미래손익 불확실성 제거
특히 주력인 건설부문은 지속되는 글로벌 경기불황에 따른 건설경기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합병이후에도 삼성은 아파트브랜드 ‘래미안’을 매각하고 주택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특히 건설 수주산업의 특성상 프로젝트 막바지에 예상치 않은 손실이 발생했다. 합병이후에도 3분기 연속 약 86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할 정도였다.

만약 합병되지 않았다면, 건설의 대규모 해외공사 관련 손실과 사업 불확실성 등으로 지금보다 훨씬 낮아졌을 것이다. 특히 같은기간 삼성물산의 소속 업종인 건설산업 주가가 27%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아마도 지금보다 주가가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과감한 체질개선과 미래손익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등 손익관리기준을 강화에 나섰다. 그 결과 합병 후 3분기 연속 적자 끝에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주된 이유는 미래가치와 사업간 시너지 극대화 때문이었다. 당시 옛 삼성물산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건설경기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옛 제일모직 역시 글로벌 경기하락과 내수침체로 실적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강미 산업부장.
하지만 양사는 합병을 통해 과감한 체질개선을 추진하면서 미래가치를 위해 힘을 합친다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그런 점에서 양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바이오사업’은 아주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다. 합병 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각각 46.3%, 4.9%를 보유하고 있었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로 등극하며 공장 증설, 상장 등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투자를 단행했고, 성공적인 상장을 이뤄냈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지분의 시가총액이 11조원에 달하고 있다. 통합삼성물산 법인의 바이오로직스 지분율(43%)을 감안하면 합병당시 제일모직 바이오 사업지분가치는 4조9000억원대에 이른다.

이는 합병 전 제일모직의 바이오사업가치가 1조5000억원으로 평가된 것이 과대평가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무색케하고 있다. 오히려 가치가 과대평가된 것이 아니라 과소평가된 것이다.

만약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이 합병 전 진행됐다면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던 구 제일모직의 자산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합병비율은 더 낮아지지 않았을까.

◆합병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됐다면?.. 주가는 시장에서 결정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물산의 주가하락을 문제삼기도 한다.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시점 기준 주가 15만9294원으로, 30일 오전 장시작가는 12만8500원으로 출발했다. 전일 삼성물산 종가(12만7500원)보다는 오름세를 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합병시점 기준보다는 약 20%가량 하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가는 불과 1개월 전만 하더라도 16만9000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불통이 삼성물산 합병문제로까지 확산되면서 주가가 흔들렸던 것이다.

주식 시장의 격언처럼 향후 주가가 더 떨어질지 오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업의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주주들은 기업의 현재와 미래가치를 판단해 주식을 사고, 팔고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오를수도,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합병당시 22개 증권사 중 21개가 합병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국민연금도 합병삼성물산의 미래가치는 물론, 총 22조원에 달하는 삼성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고려해 내린 찬성결정이었다. 여기에는 아르헨티나를 디폴트상태에 빠지게 했던 해외투기자본 엘리엇으로부터 국민기업을 방어해야 한다는 것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최순실국정농단' 사건과 연결지어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기업을 몰아세운다면 '공정한 가면'을 쓰고 기업에게 또다른 '협박'을 가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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