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쇄국 정책,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악재 되나
중국 정부의 강화된 인증 기준...외국 업체 공급 차단
중국 배터리 출하량 74.2%로 양은 충족...품질 '글쎄'
중국 정부가 강화된 배터리 인증 규범 기준을 내놓으면서 국내 업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이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새로 내놓은 모범규준 인증 획득 조건으로 자국 내 전기차 배터리 연간 생산량 기준을 기존(200MWh)보다 40배나 늘린 8GWh로 상향조정하고 2년간 무사고 업체로 한정했다.
향후 한 달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LG화학과 삼성SDI 등 인증 획득을 학수고대해 온 국내 업체들로서는 인증 획득이 불가능해진다.
양사는 중국에 각각 3GWh(LG화학)과 2.5GWh(삼성SDI) 규모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모두 기준인 8GWh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모두 지난해 10월 양산에 들어간 무사고 기준으로 제시한 2년도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4차례에 걸쳐 인증 절차를 시행해 총 57개 자국 업체들에게 모범 인증을 내줬지만 LG화학과 삼성SDI 등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인증을 내주지 않아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한 견제라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현재 미인증 업체에 불이익은 없지만 미인증업체의 배터리를 적용한 차량에 대해서는 배터리 가격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을 전기차 보조금 지급과 연계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보조금을 지급하는 차량 목록에서 모범규준을 획득하지 않은 업체의 배터리를 적용한 차종을 제외시키는 등의 방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국내 업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둘째 치고라도 이제 막 불이 붙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자국 업체 보호가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시장에서 출하된 전기차는 총 29만6593대로 전 세계 물량(54만7547대)의 약 54.2%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순수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을 합한 것으로 EV만으로 범위를 줄이면 23만1339대로 전체(34만7562대)의 3대 중 2대(66.6%)꼴에 해당할 정도다.
물론 중국은 전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국이어서 양적으로는 성장하는 전기차 수요를 충족킬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 배터리 출하량 기준으로도 중국은 지난해 61.6GWh의 출하량으로 전 세계 시장의 74.2%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의 질 관점에서 보면 이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된다. 현재 12GWh로 중국 내에서 가장 높은 생산능력을 보유한 BYD 등 중국 주요 업체들은 주로 리튬인산철(LFP) 계열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원가가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은 장점이 있지만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과 리튬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무게가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은데다 출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중국 정부가 인증 기준 상향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자국 배터리 업체들이 삼원계 방식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업계에서는 전기차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의 배터리 수요와 공급이 충족돼야 하는데 중국이 자국 배터리 업체들로만으로도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유신재 SNE리서치 상무는 “현재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수를 감안하면 향후 몇 년간은 양적으로는 증가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국내 업체들 수준의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로 얼마나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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