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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조' 이후엔 가능할까... 재계, 연말 인사 줄연기


입력 2016.11.25 14:29 수정 2016.11.25 15:18        이홍석 ·이광영 기자

사상초유의 무더기 청문회장에 서는 재계 총수들

불확실성 증폭...일상적 경영활동 '마비'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그룹 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여의도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사
대기업 그룹 총수들이 ‘최순실 게이트’로 검찰 수사에 이어 국정조사와 특검 등에 줄줄이 불려 다니게 되면서 당장 코앞에 닥친 연말 인사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예년같으면 날로 커져가는 글로벌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조기 정기인사를 실시, 12월 한달간 인수인계와 새해 경영계획 점검 등을 통해 새해경영에 만전을 기해왔으나 올해는 모든게 '올스톱'됐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롯데, LG, 한화, 한진, CJ, GS 등 9대 그룹 총수들이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특검에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 증인채택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휘몰아치면서 일상적인 정기인사와 경영계획 등이 모두 마비된 상태다.

A그룹 임원은 "최고 인사권자인 회장들이 청문회장에 서는데 정기인사를 낼 겨를이 있겠느냐"며 "아무것도 손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B그룹 임원은 "연말 정기인사-조직개편-사업계획 수립 및 점검 등으로 이어지는 연말 일정이 올스톱된 상태"라며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재계 전반에 휘몰아치는 상황에서 일상적인 인사와 경영계획을 세울 수 있겠느냐"며 한탄했다.

여기에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글로벌 대외 변수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내년 경영계획 수립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재계 안팎에서는 내달 5일 진행되는 각 그룹 총수들에 대한 청문회를 마친 후에야 연말 정기인사를 살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올해 정기 인사는 예년에 비해 늦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예 상당기간 인사가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1월 말 LG그룹을 시작으로 12월 초·중순에 대부분 정기 인사가 단행됐다. 이는 그동안 최근 몇 년간 글로벌 대외환경 변수가 커지면서 인사를 보다 빨리 단행하고 조직개편에 이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조기에 확정지어 상대적으로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태풍이 정국을 강타하고, 재계로까지 불똥이 튀면서 이러한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각 그룹들은 국내 정치적 변수와 내년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인사시기와 규모를 잡지못하고 손을 놓고 있다. 다만, 인사 규모는 최소한으로 줄어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인사 규모가 가장 큰 삼성은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관련 수사 등이 이어지면서 예년과 같이 인사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데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삼성은 매년 12월 첫 째주에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둘째주에는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를 단행해 왔다.

현대차그룹도 당초 12월 말 임원 및 직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으나 변수가 발생해 시기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국내 영업본부장 교체 등 이미 수시로 인사를 해왔던 터라 연말 인사 폭은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말 인사는 보통 12월 말 이뤄졌지만 외부 영향으로 올해는 언제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시기와 인사 폭 모두 현재로선 판단하기 힘들며 내년 경영계획 수립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파가 적은 LG그룹도 청문회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타그룹에 비해 통상 11월 말쯤 가장 먼저 정기인사를 단행해 왔던 LG그룹은 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상 다소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K그룹은 외부 변수에도 계열사 사장단 등 임원 인사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내부에서는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SK 관계자는 “여러 변수가 있지만 12월 중순에 연말 인사를 발표하고 내년 경영계획 수립 역시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SK수펙스추구위원회 등 인사 폭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포스코그룹도 현재 인사 시기가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최순실게이트’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국정조사 증인 명단에서는 빠졌지만 연임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화그룹은 '최순실 사태'가 커지기 전인 지난달 10일 사장단 인사를 이미 단행했다. 이에 다음달 임원 인사만을 남겨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최순실 국조'가 도사리고 있어 이에따른 영향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그룹은 검찰 수사에 이은 국정조사 증인 채택으로 민감함 분위기다. 하지만 연말 인사와 내년 사업계획은 기존대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올해 1월 초에 정기 인사를 단행한 만큼 내년 1월에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순실 사태'와 큰 연관성이 없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내년 1월 1일자로 정기 임원 인사를 예정대로 발표할 계획이다.

C그룹 관계자는 “매년 인사를 앞두고 돌던 하마평이 올해는 전혀 돌지 않고 있다”며 “현재의 비상상황을 감안하면 인사를 큰 폭으로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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