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항공사 ‘좌석 유료화’ 시행 눈앞, LCC와 경계 허무나
아시아나항공 “좌석 유료화, 수익성 악화 따른 개선 방안 중 하나”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대형 국적항공사가 ‘좌석 지정 유료화’ 시행을 눈앞에 두면서 국내 LCC(저비용)항공사와 경계를 점차 허물어 가는 모습이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앞좌석 지정 유료화 시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맨 앞자리 좌석 일부를 배정할 때 추가 요금을 받는 방식의 유료화 시행을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이 좌석 유료화 시행을 확정지을 경우 추가 요금에 따른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8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뚜렷한 수익성 구조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일부 단거리 노선에서 객실승무원 수를 기존 한 팀 7명에서 5명으로 축소한 데 이어 중장거리 노선에서도 승무원 감축을 시행했다. 또 기내식을 간소화하고 탑승객에게 제공하던 기내식 메뉴판도 일부 노선에서 제외시켰다. 최근 검토 중인 앞좌석 지정 유료화 역시 이 같은 방안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앞좌석 지정 유료화는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회사의 생존과 지속성장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앞서 언급한 바 있다.
김수천 사장은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맨 앞줄 등 선호좌석을 유료화하고 기내광고 수입 증대와 같은 새로운 부대수입 창출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석 지정 유료화는 애초 LCC만의 고유 영역이었다.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은 저렴한 티켓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운 대신 앞좌석 등 편의성이 높은 좌석의 마케팅을 강화해 추가 요금을 받고 수익성을 극대화해왔다.
하지만 최근 대형 외항사를 중심으로 좌석 지정 유료화가 서서히 도입되는 분위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 3일부터 이코노미좌석의 사전좌석지정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지역에 따라 15~40달러까지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에어프랑스와 체코항공도 이미 앞자리 좌석을 추가 요금을 받고 있으며 루프트한자그룹 역시 항공예약발권 수수료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항사 중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싱가포르항공도 해당 서비스를 이미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며 “대형항공사라도 회사 사정과 업계 시류에 따라 필요하다면 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유료화의 경우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좌석 지정 유료화를 도입한 대형 외항사들도 기내식 유료화는 여전히 도입하지 않고 있다. 최근 영국항공이 이를 도입한 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대한항공은 좌석 유료화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서 좌석 지정 무료 서비스는 대형항공사로서 마지막 자존심”이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시행할 경우 충성 고객이 감소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선제적으로 좌석 유료화를 시행하면 대한항공에서도 시행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4월 1일부로 국제선 예약 부도 위약금을 신설하자 대한항공도 10월부터 국제선에 위약금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부채비율이 1100%(6월말 기준)에 달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점진적인 유료화 정책을 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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