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국감 국방위, 존경 받은 김영우?
<국방위>여당 보이콧 속 반쪽 국감
야당 의원들 질의 앞서 김영우에 감사 뜻 표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놓고 새누리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하고 있는 가운데 29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국감을 진행했다.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의원은 국감에 불참하라는 새누리당의 당론을 거부하고 예정된 시간에 방위사업청 등을 상대로 한 국감 시작을 선언했다.
이날 오전 10시 국감이 예정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9시 50분께 위원장실에 도착했다. 수많은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국방에는 여야가 따로 없으므로 국방위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며 "열리지 않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라는 말을 남기가 위원장실로 들어 갔다.
위원장실에는 여당 간사인 경대수 의원과 야당 간사 중 한 명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 국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약 10분 간의 비공개 대화가 진행되던 중 경 의원은 먼저 자리를 일어섰다. 그는 "김 위원장은 참여한다고 하지만 여당 위원들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걱정하는 의회민주주의 지키기에 국감 참여가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오히려 여야의 대치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문을 나서는 그의 표정에는 불쾌함이 묻어났다.
경 의원이 떠나고 난 후 김 위원장과 야당 위원들은 15분 정도 비공개로 대화를 더 나누다 10시 20분께 국감 시작을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자리에 않아 "오늘 새누리당이 참석하지 못한 점 야당 위원들에게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난 번 계획돼 있던 국방부와 합참을 상대로 한 국감을 하지 못 했다. 국회가 정상화 되는 대로 현장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국감을 진행할 테니 양해해달라"고 당부했고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에 대한 국감이 시작됐다.
야당 위원들만으로 진행된 국감에서는 방위사업청의 비리 등을 놓고 치열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김병기 더민주 의원은 "해외도입 군수품 취급계약 중 409건의 허위계약이 드러났는데 이중 71건은 실제로 하자가 발생했다"며 "만약 이 부품들에 하자가 있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겠나. 409건의 납품 장비와 부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한다"고 지시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10년간 6조 8000억원의 방산비리가 있었다. '방위사고청'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지 않나"며 비리 척결을 위해 적극적인 방사청 문민화와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방위사업청의 세 가지 문제는 △암탉식으로 무기는 계속 사오는데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고, △두더지식으로 앞에선 굴을 파는데 뒤에서는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며, △약장수식으로 제대로 된 정보와 검증이 생략돼 있어 사기를 당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철희 의원은 "방사청의 사업 개수와 예산에 비춰보면 인력이 너무 적지않나"라며 "전문성 있는 인력 충분히 확보돼야한다. 충분히 목소리 내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 대한민국 방위사업이 제대로 가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방사청은 투명성·전문성·효율성 세 가지 목표로 개혁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그에 따른 제도·시스템·인력 구성 등에서 아직 방사청의 진면목을 발휘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려 전문성을 얻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물품에 불량품이 있었다기 보다는 서류가 미비했던 것이고 부품의 실제 제작자가 아닌 공급업체로 기명돼있었던 것"이라며 "방사청 문민화와 관련 2018년 6월까지 300명을 민간인 신분으로 전환하려 하고 올해부터 감사실 인원도 두배로 늘릴 것"이라고 해명했다.
야당 위원들은 피감기관을 대상으로는 날선 발언을 했지만 당론을 어기면서까지 국감을 연 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철희 의원은 "당을 위함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김 위원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며 "내가 초선이지만 저희가 무엇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하는지 일깨워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 여당 위원들도 국방의 엄중한 현실을 감안해 조속히 합류해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진영 더민주 의원도 "김 위원장이 어려운 결단을 내리셔서 우리 국회가 체면이 살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으며 서영교 무소속 의원 역시 "대한민국이 김 위원장을 존경하고 있다는 말을 드린다" 말했다.
합참, 국감 도중 북한군 귀순 경위 긴급보고
이날 국감에서는 앞서 오전 강원도 화천, 중동부전선에서 발생한 북한군 병사 귀순 상황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측의 긴급 보고가 이뤄졌다. 국감은 방사청이 대상이었지만 북한군 귀순이라는 긴급 상황에 국방위에서 합참 측에 보고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측에 따르면, 오전 10시 3분께 GOP(일반전초) 대기초소 근무 초병이 GOP철책 전방의 미상물체를 포착하고 중대 상황실에 보고했다. 이어 오전 10시 12분께 GOP 근무 초병 2명 초동조치조가 되고, 중대장 등 귀순자 유도조 4명이 현장에 도착해 GOP를 드나드는 통문으로 이동시켜 신병을 확보했다.
서욱 합참 작전부장은 "귀순자는 상급 병사로 군복을 착용했지만, 비무장 상태였다. 올해 지상으로 귀순은 처음"이라며 "오늘 상황은 대기초소에 근무하는 초병이 육안으로 처음 관측했다. 마침 중대장이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빠른 시간에 조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국방위는 여당이 불참한 채 30일 오전 병무청을 상대로 국회에서 국감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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