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마약"이라더니...마약 산업 앞장서나
<기자의눈>뒤떨어진 인식, 게임산업 도약 기회 놓쳐…한발 늦은 지원
국내 게임업계 해외시장 공략 박차, 정부의 전폭적 지원 절실한 단계
한국에서 게임은 ‘마약’ ‘질병’ 취급을 받아왔다. 한 국회의원은 2013년 "게임, 마약 등 4대 중독으로 괴로워하는 가정을 치유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고,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수립하면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7월 ‘포켓몬GO' 열풍이 터졌다. 100만명 이상의 유저들이 게임을 불법 다운로드했고 예외적으로 플레이가 가능한 속초로 모여들었다. 속초시는 발 빠르게 우리네 고장을 ’포켓몬의 성지‘라고 광고했다. 앞선 기조대로라면 마약 중독자, 질병 환자들을 쌍수 들고 맞이한 셈이다.
포켓몬GO 열풍을 인식한 듯, 정부도 7월 들어 가상현실(VR), 게임 관련 지원방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VR 기술개발에 4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고, 미래창조과학부는 게임체험 등 VR 5대 부문에 총 6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의 완화 안이 제시됐고, 게임 관련 불법행위에 강력히 대응하는 개정안도 발의됐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했다. 마약 취급을 하던 게임이 가시적인 대박을 터뜨린 뒤에야 ‘뒷북’정책을 펼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게임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지나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중국 등 해외 게임업체는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몸집을 키웠지만, 한국은 연이은 규제로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의 지원이 부재된 와중에 다행히 게임업계는 ‘해외시장 공략’이라는 활로를 구축했다. 업계에 따르면 게임빌, NHN엔터테인먼트 등 업체들은 올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끌어오면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분기 동안 컴투스는 해외매출 비중이 85%를 기록하고, 넷마블게임즈는 매출액 2000억을 돌파했다. ‘수출역군’ ‘한류열풍 주역’이라는 호칭에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위는 분명 어리석다. 그래도 남아있는 소가 한 마리라도 있다면 하루 빨리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상책이다. 국내 게임 업계가 새로운 도약 발판을 마련한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이제 와서 '마약(?)' 산업을 육성한다는 냉소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향후 언젠가 게임 산업이 회생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곤두박질치고 난 후 뒤늦게 책임공방을 벌이는 우를 범치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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