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둘러싼 정치권의 '이슈쟁탈전'
'뜨거운 감자'된 누진제, 정쟁으로 흐를까
각 당 누진제 개편에는 '동의', 각론에서는 '이견'
'뜨거운 감자'된 누진제, 정쟁으로 흐를까
각 당 누진제 개편에는 '동의', 각론에서는 '이견'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정치권의 요구속에도 누진제 고수 방침을 밝히던 정부가 11일 긴급당정 이후 전향적으로 누진세 인하 방침을 밝혔지만 야권은 일제히 정부의 방침을 비난하고 나섰다. 정부의 누진제가 한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고 근본 대책 마련에 나서야한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야권의 반발과 정부여당의 비정상적인 대응 모두 이면(異面)에는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누진제'의 '이슈 선점 효과'을 노린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틀만에 말 바꾼 '무논리' 정부
정부와 새누리당은 11일 오후 일단 올해 7~9월 전기요금 누진제를 조정, 현행 6단계인 누진제 체계에서 구간의 폭을 50kw씩 높이는 식으로 요금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불과 이틀전인 9일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실상 원가 이하다"라며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던 산자부 에너지자원실장의 발언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누진제가 공론화되고 여론이 악화되자 기존의 주장을 여반장(如反掌)으로 뒤집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긴급 당정협의 이후 브리핑에서 "금년에는 모든 가구가 50kw씩 총 4200억 원 정도의 혜택을 보도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올해에 한하는 단기적인 계획일뿐, 장기적인 계획은 당내 TF팀을 꾸려 차후 논의해나가기로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이 장기 계획의 도출 시기에 대해 묻자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이날 당정협의는 당에서 신임 대표인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김 정책위의장이 정부에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해 기존 당정협의와는 사뭇 다른 구성원으로 진행돼 누진제가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라는 것을 방증했다. 그동안 당정협의는 정책위의장이나 관련 상임위원장과 관련 분야 전문가인 소속 의원 정도가 참석해왔다.
야권, 정부·새누리당안 나오자 일제히 비판
정부여당이 안을 내놓자 야권은 일제히 정부안을 평가절하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과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안을 '미봉책'이라며 이구동성으로 비판했다. 두 야당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대안을 내놨다"며 "근본적인 대안을 내놔야한다"고 강조했다.
두 야당은 라디오를 통해서도 '누진제 대책'을 맹비난했다. 12일에만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 박주민 의원,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위원장 등 4명이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정부안을 지적했다.
특히 지난 7월29일 누진제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거론하며 공론화에 앞장섰던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 "너무나 미흡하고 택도 없다"며 정부안을 강하게 비난했다. 김 의장은 "구간만 완화했지 6단계인 누진제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도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김 의장은 누진제에 대해 6단계인 누진 구간을 4단계로 줄이고, 최대 11배에 달하는 징벌적 누진 배율도 대폭 완화한다는 내용의 주장을 해왔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김성식 의장과는 다른 누진제 구간폭 증가를 주장했다. 변 정책위의장은 같은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0~150kw로 상향조정된 1단계 누진구간처럼 2단계 150~300kw, 3단계 300~450kw로 하자"고 주장했다. 현행은 0~100kw, 100~200kw, …, 500~600kw고 정부안은 0~100kw구간을 0~150kw구간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누진제 놓고 '내가 먼저…' 민생으로 '이슈파이팅' 하나
이런 상황에서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누진제를 둘러싼 각 당의 '선점'과 '공치사'로 본질이 변질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사드 배치' 이후 9월 정기국회까지의 여론몰이가 아쉬운 각 당이 누진제를 '포스트 사드'로 이용하려는 전략이다.
가장 먼저 누진제를 지적하고 나섰던 국민의당은 피켓시위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1일 오전 원내정책회의에 앞서 원내지도부는 '에어컨이 장식품?', '누진폭탄 개선'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포토타임을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국민의당은 가장 먼저 누진 폭탄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각 정당들이 우리 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가장 먼저' 누진제를 지적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의장은 이어 "그런데 일부 정당에서 의원들이 입법안을 내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법안들은 19대에서 이미 폐기됐던 법안"이라며 "보여주기식 입법을 할 때가 아니다"며 직접적으로 다른 당의 '이슈 가로채기'를 견제했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도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우리 국민의당은 사실상 맨 먼저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4단계 축소를 촉구했고, 어려운 당 재정여건이지만 현수막을 전국에 걸어서 국민과 함께 누진제 4단계 축소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더민주 회의장 걸린 '더불어민주당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합니다. 가정용 전기요금을 시원하게 내립니다'라는 현수막과 일부 지역에서 내걸린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을 견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각 당 "정쟁으로 흘러선 안 된다"에 '동의', 해결책 도출 방법엔 '이견'
한편 정치권은 이 문제가 정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동의하면서도 문제의 해결책 도출을 위해서는 각자 다른 방법을 고수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11일 브리핑에서 당내외 전문가로 태스크포스팀(TF팀)을 구성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론화해서 정기국회내에 끝내야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변 정책위의장은 누진제 개편에 대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다뤄야할 문제"라면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내 에너지소위원회나 TF를 구성해서 해결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변 의장은 대안에 대해서도 "너무 복잡한 체계이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해보기 전에는 구체적인 안을 낼 수 없다"면서도 "당 TF가 구성돼 논의중에 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누진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내놓은 국민의당은 각 당이 대안을 내놓고 빠른 시일내에 서로 조율해 최상의 결과를 찾자는 입장이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실 관계자는 "현재 우리당만 대안을 내놓은 상황"이라며 "각 당이 안을 내놓는다면 이를 비교하고 서로 조율해 최상의 안을 도출하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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