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 뭇매’ 철강, 해외법인 투자도 ‘가시밭길’
가전업체 원가절감 기조 확고 … “해외법인 투자 실익 없어”
WTO 제소만이 희망 … 단기 수익성 악화 불가피
철강업계가 최근 미국, 인도, 중국 등으로부터 반덤핑 관세를 잇따라 부과 받으면서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해당 국내업체들은 기존 수출 물량을 제3국 또는 내수 물량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타개를 위한 방안으로 해외법인 투자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가전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베트남시장 투자 건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형 가전업체들은 모두 베트남에서 공장을 가동 중에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속적으로 설비를 늘려나가고 있다.
이로인해 일각에서는 철강업계가 스틸서비스센터(SSC) 등 해외법인 설립을 통해 대형 가전업체 물량을 확보하면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TV, 세탁기, 냉장고 등 소비자 가전 복합단지 조성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20억달러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호치민 동부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 내 위치한 소비자 가전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단지 규모는 70만㎡다.
LG전자도 지난해 3월 베트남 북부 하이퐁 부지 약 80만㎡에 TV, 스마트폰, 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공단을 조성 중에 있다. 오는 2028년까지 15억 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그러나 아예 중국산 강판을 사용하거나, 국산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원가절감 요구 전례가 있어 철강업계의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가전제품에 중국산 강판을 사용해 왔다. 올해부터 국산 강판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물량자체가 소량인데다, 그마저도 원가절감차원에서 가격을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국내 철강업체들의 강판을 사용해왔으나 지난해에만 5~6번 컬러강판 가격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강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하며 거래를 지속하는 것은 삼성전자 물량을 제외하면 고정비 확보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가전업체들이 적정 수준의 이윤을 남겨주지 않는 이상 물량만을 보고 해외법인 투자를 시도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중남미 등 해외 SSC를 도입한 경험이 있는 국내 냉연 제조사들은 가전업체를 상대로 실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현재로선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과 가격경쟁도 투자가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이미 베트남에 냉연강판(CR)을 비롯, 도금재 등 냉연 판재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수출하고 있다.
LG전자가 값싼 중국산 컬러강판을 사용해 온 것도 원가절감 차원에서다. 글로벌 불황이 지속되면서 삼성전자는 최근들어 국내 컬러강판 제조업체들과의 거래량을 줄이고, 중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도료업체들을 통해 값싼 중국산 컬러강판 구매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해외로 나간 가전업체들이 현지에서 원자재 구매를 늘리면서 철강업계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복합단지 두 곳을 모두 아우르는 연계 이득이 전무하다는 점도 문제다. LG전자는 베트남 북부 하노이, 삼성전자는 남부 호치민 지역으로 대표되는데 두 지역은 육로로는 사실상 운송이 불가능한 거리다. 철강업체가 베트남에 해외법인을 설립해도 한 곳만을 지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강판 해외법인도 반덤핑 관세 부과로 인해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전업체 대상 해외 투자는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 책정부터 납기관리, 제품가격 등 유리하게 작용할만한 부분이 없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결국 철강업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덤핑 관세 부과에 대응하려면 WTO 제소에 모든 것을 걸어야한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다만 WTO의 최종 판정까지는 최소 2년 정도의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 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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