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전대' 당대표 주자들의 4인4색 정견발표
<현장> 이정현 '절규'·한선교 '벤치마킹'·주호영 '드라마틱'·이주영 '성토'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8.9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자들이 4인4색의 정견발표를 내놓았다. 절절한 호소를 하는 후보도 있는가 하면 날선 공방을 벌이는 후보도 있었다. 9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는 후보들이 정견발표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최고조에 올랐다.
이정현 후보는 자신에게 일할 기회를 달라며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부르짖었고 한선교 후보는 앞서 연설한 이정현 후보의 "일하고 싶습니다"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했다. 공천 파동의 최대 피해자임을 브랜드로 내세운 주호영 후보는 무소속에서 당대표가 되겠다는 드라마틱한 전개를 강조했으며, 이주영 후보는 양대 계파의 '오더 정치'를 강하게 성토했다.
이정현 "미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호소에 박수 갈채…한선교 벤치마킹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이정현 후보의 손에는 여러 장의 종이가 들려 있었다. 네 차례의 합동연설회 동안 빈손으로 단상에 올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준비해온 연설문 내용을 들춰보지는 않았다. 그는 절절한 목소리로 "일하고 싶습니다! 미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만 5번을 외치며 계파와 상관 없이 상당수 지지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후보는 "저 이정현 같은 사람이 집권 여당의 대표 머슴 후보로 나설 수 있는 기회의 나라, 차별없는 나라, 무한하게 가능성이 열려 있는 자랑스런 위대한 대한민국이 감사하다"며 "비주류, 비엘리트 저 이정현을 당대표 후보로 받아주신 당원동지들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저는 지금 감사의 마음으로 가슴이 벅차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는 지난 총선 때 (상대 후보에 비해) 20%까지 뒤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전을 시켰다"며 "섬기는 자세가 이기는 비결이었다. 당대표가 된다면 새누리당을 국민을 섬기는 당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혁명 수준으로 바꾸겠다. 국민의 희망을 끌어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이 후보의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간절한 호소는 지지자 전반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지역주의도 넘은 저를 한 번만 믿어달라. 이정현은 새누리당을 완전히 하나로 통합시킬 자신이 있고 완전히 변화된 당으로 바꿀 자신이 있다"라며 "따뜻한 손길 한 번 달라. 새누리당의 발전과 대한민국 전체의 변화를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고 마이크가 꺼질 때까지 소리쳤다.
이 후보에 이어 단상에 오른 한선교 후보 역시 "미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이정현 후보의 호소를 벤치마킹했다. 한 후보는 정견발표의 시작 역시 정운천 의원의 '된다송'을 가져다 썼다. "된다! 된다! 된다! 한선교가 된다!"고 외친 한 후보는 "제 모습에서 희망이 느껴진다면, 제 모습에서 절박함과 절실함이 느껴진다면 저에게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한 후보는 논란이 되고 있는 경북 성주군 사드배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의 핵이 엄연한 현실이 된 가운데 한반도 사드배치는 불가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청천벽력과도 같은 성주 사드배치가 결정났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나. 저는 만약 오늘 이 자리에서 당대표가 된다면 오늘 밤이라도 성주로 뛰어 내려가 그분들의 아픈 가슴을 쓰다듬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본인이 '원조 친박'임을 강조하며 "새누리당이 아무리 훌륭한 대선후보를 만들어내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이맘 때쯤 국민들로부터 '박근혜 대통령 고생했다, 참 잘 했다' 이런 소리를 들어야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도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외치며 두 팔을 들어올렸고, 대의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주호영-이주영은 '계파갈등' 날선 공방 벌이기도
비박 단일후보인 주호영 후보와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 후보 사이에는 계파 갈등과 관련된 날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공은 주 후보였다. 지지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으며 단상에 오른 주 후보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계파 갈등으로 인한 4.13 총선 참패였다. 그는 "집권여당이 제2당이 되는 일이 처음으로 일어났다. 누구의 잘못인가? 왜 이렇게 됐나!"라고 질문한 뒤 "야권의 분열으로 압승이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파 이기에 빠져서 오만한 공천, 막장 공천, 친박 감별, 막말 파동 등이 겹쳐서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주 후보는 "온 국민의 대통령을 자신들만의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그런데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도 지지 않고 국민들의 경고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다시 당 대표를 하겠다고 나왔다. 이게 옳은 일인가. 국민들과 당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친박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후보 소개 영상에서도 나왔듯 주 후보의 브랜드는 '계파 싸움의 희생자'다. 주 후보는 "오늘 이 전당대회는 화해의 자리가 돼야 한다. 우리는 서로 자주 만나야 한다"며 "집권여당이 이 막중한 시기에 싸울 시간이 어디있나. 공천 파동의 최대 피해자였던 저 주호영이 앞장서서 화해를 외친다.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자"고 강조했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이주영 후보는 곧장 주 후보의 비판을 반박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총선 패배 후 새누리당에는 계파청산을 외치는 자성의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며 "우리 모두는 이번 전당대회가 계파를 근절하는 혁신전당대회가 될 거라 믿었지만 그 믿음은 유리창이 깨지듯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또다시 친박, 비박 싸움의 진흙탕으로 새누리당이 분탕질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박계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는 문자가 돌았던 것과 관련해 "대권주자들이 드러내놓고 조정하는 비박의 '상왕정치' 그 반작용으로 초래된 친박의 '오더정치', 동지 여러분들도 지난 며칠 사이 수많은 '오더 문자' 메시지를 받았을 것으로 안다"며 "당원이 주인이 되도록 혁신하겠다면서 거꾸로 당원을 종으로 만드는 오더 정치야말로 반혁신의 표본"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주·이 후보는 각 계파의 목소리를 냈지만 이날이 칠월칠석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통으로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주 후보는 "오늘 마침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이다. 서로 냉소와 질시는 없애고 험한 말, 거친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이 후보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이 우리 모두 화합으로 손을 함께 잡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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