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축제? 무질서 난장판? 새누리 전대의 두얼굴
<현장>아이돌 방송 댄스, 풍물놀이 등 흥 넘쳤지만
홍보물, 생수, 부채 등 난립하며 무질서한 분위기
매우 들 뜨고 흥이 넘쳤지만 무질서했고 길바닥에 난립한 홍보물과 부채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9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새누리당 전당대회 현장을 경험한 소감이다. 지난 20대 총선 이후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전대에 나선 후보들은 저마다 변화를 외쳤지만 정작 현장은 예년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행사 시작을 2시간 여 앞둔 12시부터 행사장 주변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당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날씨에도 당원들은 당의 가장 큰 축제인 전당대회를 즐기기 위해 잠실로 모여들었다.
행사장 주변은 각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부착한 현수막으로 넘쳐 났고 지지자들이 내는 함성이 울려퍼졌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까지 총 14명의 후보자 지지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후보를 홍보했다.
그 중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당 대표에 나선 이주영 후보와 주호영 후보의 응원전이다. 이 후보 측은 앰프를 이용해 크게 음악을 틀어 주위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당 대표는 이주영'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젊은 남녀 10여 명은 빅뱅, 시스타 등 젊은층에게 인기가 있는 유행가에 맞춰 방송 댄스를 췄다.
이들은 뙤약볕에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칼군무를 췄고 마치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이 후보는 포스터에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세월호 유족들과 지내며 면도를 하지 않아 덥수룩했던 모습을 담아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 후보 측 가운데 한 명은 마이크를 잡고 "이주영 후보를 뽑아달라"고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고 나중에는 트로트 가수 이박사가 와서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구었다. 이 후보는 행사 시작 직전 지지자들 사이에 서서 당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맞이했다.
'또 싸우면 망한다', '화해와 치유의 상징', '화합과 안정 그리고 변화' 등의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부착한 주 후보 측은 풍물놀이패가 분위기를 주도했다. 지난달 31일 창원 합동연설회에서부터 보였던 흥겨운 공연이 또 다시 재현된 것이다.
주 후보는 자신과 단일화를 이룬 정병국 후보와 함께 행사장 진입로에 서서 지지자 및 당원들과 인사를 나눴고 지지자들은 '주호여이 파이팅!'이라며 응원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긴 옷을 입고 신나게 풍물놀이용 북을 두드리던 한 중년 남성은 "원래 우리가 풍물놀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그냥 인맥을 통해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다니며 공연을 했다.
젊은 지지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들은 3인조 혼성그룹 코요태의 '순정'에 맞춰 춤을 추며 분위기를 살렸다. 그러나 이 후보 측에 비하면 약간 올드한 느낌의 공연이 진행됐다. 이렇듯 후보 간 홍보 활동은 치열했지만 진영 간 충돌이나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 출입 비표를 배부 받기 위해 지정된 곳으로 오갔고 그 사이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 등 원외에 있는 유명 인사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볼거리가 많고 신나는 분위기였다. 정치는 나이 든 사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무색해질 만큼 젊은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모여 들었고 그로 인해 한층 더 역동적인 분위기로 사전 행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옥의 티도 있었다. 넘쳐 나는 후보 홍보물품들은 그대로 쓰레기로 변해 길거리에 나뒹굴었던 것.
전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체 열기를 고조시키는 도구를 사용하거나 율동과 노래를 하는 행위, 피켓 홍보물 사용은 금지하고 있으나 그 누구도 이를 지키려 하지 않았다. 행사장 내부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주위의 흥을 돋구는 데에는 도움이 됐지만 적법한 행위라는 점에선 눈살이 찌푸려질만 했다.
후보자들의 얼굴과 구호가 담긴 생수통과 부채는 길바닥에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잡상인도 많았다. 한 사람은 한 후보의 얼굴이 부착된 생수통을 여러개 챙겼다가 스티커를 떼고 얼음이 담긴 통에 냉커피를 부어 주변인을 상대로 팔았고 또 다른 사람은 떡과 김밥 등 먹거리를 팔았다.
한편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각 후보자들은 등장할 때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청년최고위원 유창수 후보는 1인용 스쿠터인 '세그웨이'를 타고 단상에 올랐고 당 대표 이정현 후보는 평소 입었던 밀짚모자에 점퍼 차림을 그대로 고수했다.
이주영 후보는 노타이 셔츠 차림으로 태극기가 그려진 부채를 흔들며 등장했고 주호영 후보는 야구 유니폼을 입고 야구 헬멧을 쓴 채 야구 방망이를 들고 올라왔다. 기호 4번인 그는 새누리당의 '4번타자'임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행사장 밖 응원 열기는 행사장 안으로 고스란히 들어왔다. 후보자들이 정견 발표를 시작하자 실내체육관은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일부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해 주위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한선교 후보의 연설이 진행되고 있을 때 일부는 "이정현!", "이정현!"을 외쳤고 이후 사회를 보던 지상욱 대변인은 "장내가 어수선하다. 후보들의 정견 발표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주 후보의 연설이 시작될 쯤엔 주 후보 측에서 북소리와 함성소리를 크게 냈고 주위에 있던 일부 사람들은 "너무 시끄럽다"며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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