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논란...폭염에 서민들은 부채질이나 해라?
집에 에어컨 있어도 누진제 겁나 못 트는 시민들
정치권서도 가정용 누진제 개편 목소리...산업부만 딴소리 "누진제로 소비자 70% 이상 혜택"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전기요금 부담으로 각 가정에서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전기요금 누진제’가 도마에 올랐다.
정치권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오일쇼크 시절의 낡은 제도를 소비 수준이 달라진 지금까지 유지할 이유가 없고, 기업에는 적용하지 않는 누진제를 서민들에게만 덮어 씌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등의 논리로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혹은 개편 주장이 나오고 있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총 6단계에 걸쳐 적용되고 있으며, 누진배율은 11.7배에 달한다. 1단계(100kW 이하)의 경우 1kWh 당 60.7원을 내지만, 전력 사용량이 6단계(500kW 초과)에 달할 경우 709.5원에 달하는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기업을 위한 산업용은 1kWh당 81.0원, 자영업자를 위한 일반용은 105.7원으로, 누진제 없이 계열과 시간대별로만 차등을 두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1차 오일쇼크 시기에 공장을 멈추면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 전기사용 절약을 유도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도입 초기 3단계였던 누진제는 2차 오일쇼크 직후인 1979년 12단계까지 늘었다.
이후 1995년 7단계로 완화됐고, 2005년 다시 6단계로 줄었지만, 이후 10년 이상 기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가정용만 따로 떼놓고 보면 ‘전기를 많이 쓸수록 더 많은 요금을 내도록 해 저소득층의 전기료 부담을 줄인다’는 누진제의 취지는 일견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그건 가전제품 보유 대수가 곧 부의 척도였던 70~80년대 얘기고, 웬만한 가정에는 에어컨 한 대씩은 다 있는 요즘엔 ‘돈 없으면 선풍기로 버티라’는 소리와 다름없다고 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방인 ‘아고라’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총 1만명의 서명을 목표로 하는 이 청원에는 8일 현재 18%에 해당하는 1800여명이 서명했다.
청원 관련 댓글에는 전기요금 누진제에 반발하는 의견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다음 사용자 skq****는 “집에 떡하니 에어컨 있어도 15년동안 제대로 틀지도 못했어요. 누진세가 겁나서요. 오죽하면 틀지도 않는 멀쩡한 에어컨 없애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기업만 잘 살면 됩니까? 국민은 노예입니까?”라고 하소연했다.
smst******** 아이디를 쓰는 사용자는 “서민들 주머니 털어 부자재벌 전기세 내 주는 불합리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고, 아이디 Char***는 한국전력을 겨냥해 “전기요금 누진제, 가정집을 볼모로 한 독점기업의 이윤극대화에 다름 아니다. 독점기업의 시대착오적인 누진제, 지금 당장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누진제 개편 혹은 폐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29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을 줄여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대신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에 대해 요금을 더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6단계인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4단계로 줄이고 전체 요금을 낮춰 가정에 부과되는 전기요금을 지금보다 연간 최대 1조원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더욱 급진적이다. 변재일 정책위 의장은 “누진제를 근본부터 다시 검토할 단계가 됐다”며 전기요금제 재검토 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반면, 정부는 누진제 개편이 ‘저소득층 요금 인상’, 나아가 ‘부자 감세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현행 제도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지난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누진제) 단계를 줄이면 문제가 더 악화된다”며 “누군가 전기요금을 더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전력 수급과 관련해서도 “전력예비율이 9.3%(7월 11일)까지 간 상황에서 누진제를 흔들면 수요관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행 누진제가 다수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누진 3단계 이하에 해당하는 전체 소비자의 70% 이상이 전체 평균단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을 적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가정용 전기 평균단가는 1kWh당 111.6원이었으나, 3단계 이하는 평균 99.3%였다는 것이다.
또한 누진제 개편 여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누진제 대신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산업부는 이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원가 구성요소는 연료비 외에도 발전소·송배전 투자비용, 신재생에너지·기후변화 대응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면서 “연동제 도입시 요금수준 변동성이 심화될 우려가 있고, 특히 유가나 환율 급등으로 원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연동제로 인해 국민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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