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앞둔 박 대통령의 오찬 정치, 성공?
8.9 전당대회 앞두고 포용 화합 화두 던져 비박계 무력화 의도
화제를 모았던 8일 새누리당 의원 전원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화합의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이 전당대회(8월 9일)를 한 달 여 앞두고 출마자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오찬 정치가 전대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은 20대 국회 개원 이후 새누리당 의원 전원과 처음 갖는 오찬에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하며 화합의 모습을 보였다.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 등 지난 총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등을 돌린 이들을 포함해 모든 의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악수를 했고 의원 한 명 한 명에 맞는 대화 주제를 건네어 참석자들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오찬 이후 정진석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완벽한 청와대 오찬 회동이었다"며 "대통령께서 정말 세심하게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을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유익한 모임이었다"며 극찬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오늘 충분히 소통을 하셨다. 준비를 충실히 하고 나오셨다. 그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런 형식의 만남은 전례가 없었다고 한다. 대만족스러운 유익한 청와대 회동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외 다른 참석자들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대체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표했다. 지난해 8월, 새누리당 의원 전원 청와대 오찬 당시 의원들과 개별 대화가 거의 없었던 것에 비교하면 큰 변화였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도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참석자들을 향해 "앞으로 나와 함께 힘을 모아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또 정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눌 땐 청와대 참모 출신 20대 의원들을 지칭하며 "우리가 많은 인재를 공급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당초 대다수의 예상은 박 대통령이 비박계 의원들과 껄끄러운 관계를 고려해 편안한 분위기를 가져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었으나 이와 달리 화기애애하고 밝은 분위기로 오찬은 마무리 됐다.
예상 외의 박 대통령 화합 행보, 목적은 따로 있다?
이번 오찬은 표면적으로 볼 땐 박 대통령이 20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을 불러 모아 당의 화합과 소통을 논하며 원활한 당청관계와 국민을 위한 적극적인 의정 활동을 당부하는 자리였지만 다른 측면에서 바라 볼 부분도 있다. 바로 전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에게 이번 전대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임기가 1년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뽑히는 당 대표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노선에 따라 정권 말기의 레임덕이 가속화되거나 수월하게 마무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비박계가 당권을 잡을 경우 총선 참패에 대한 심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로 화살을 겨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될 경우 박 대통령으로서는 정권 말기 힘을 잃고 추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낄 만하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번 오찬에서 계파 화합 행보를 펼친 것은 비박계를 향해 보이지 않는 협조를 요청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비 온 뒤에 하늘이 더 맑고 땅이 더 굳는 것처럼 다시 우리 당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해서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 국가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노력하자"라고 말했다. 여기서 '비 온 뒤 땅이 더 굳는다'는 말은 비박계를 향해 '총선 참패에도 정권 하반기를 레임덕 없이 가게 해달라'는 바람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유 의원과 김 전 대표와 간단한 사담을 나누는 등 포용하는 모습은 비박계의 바람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시선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당은 '친박 좌장' 서청원 추대론으로 계파 간 의견이 부딪히고 있다. 특히 비박계는 "서 의원의 출마는 본인 자유"라면서도 서 의원을 옹립하려는 친박 행태에 대해선 "후안무치하다"고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인지 박 대통령은 서 의원과 대면했을 때 "당내 최다선 의원으로서 후배 의원들 지도하시는데 많이 애쓰신다"며 "8선이신데 국회의장까지 배려하고 양보해줘서 당의 화합적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대에 관련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서 의원, 더 나아가 친박계를 대하는 비박계의 비판적인 태도를 의식했다는 평가다.
최종적으로 전대에 미칠 영향은?
종합적인 분석에 비춰볼 때 이날 박 대통령의 오찬 정치가 최종적으로 전대에 얼만큼 영향을 미칠 지 자연스레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이 비박계에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만큼 향후 비박계의 대응도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 회장은 8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이번 오찬은 박 대통령이 서 의원을 향해 전대에서 좋은 결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해보라는 메시지를 준 자리라고 볼 수 있다"며 "비박계를 향해서도 친박계와 잘 해달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회장은 "비박계로서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만큼 앞으로 전략적인 선택을 할 듯"이라며 "전대에서 자신들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밀고 나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당의 화합을 해치는 선택 대신 의외의 선택을 할 수 있다.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본보에 "이번 오찬은 박 대통령이 유 의원과 서 의원을 만났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며 "청와대가 현재 국민 여론에 비춰볼 때 궁지에 몰려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며 서 의원을 향해 전대 나서달라고 은연 중에 요청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비박계가 그러나 이 오찬 한 번으로 입장의 변화를 가질 것으로 보긴 힘들다"며 "전대에 나선 친박계 후보들의 교통 정리가 되는지의 여부를 보면 박 대통령의 오찬 정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오늘의 행보는 비박계를 포용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유화적 제스처를 사용하지만 당에 대한 장악력은 유지하겠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와 비슷한 해석이다.
엄 소장은 "최경환 의원의 불출마와 서청원 추대론 그리고 오늘의 오찬을 함께 묶어서 봐야 한다"며 "최 의원에서 서 의원으로 선수를 교체하되 당권은 확실히 장악하려는 강력한 의지로 볼 수 있다. 비박계로서는 전체적인 이 맥락이 그들끼리의 공공의 적을 상실한 결과가 됐으며 이로 인해 결집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면으로 볼 때 오늘의 오찬으로 인해 박 대통령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이 담긴 전략적인 행동이었다기보다는 당의 화합을 위한 진정성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