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장 떨어진 김정훈, 의총장 나서며 "너무하네 하하"
<현장>예상 뒤엎은 '재수생' 심재철의 승리
비공개 의총에선 살벌한 분위기 연출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9일 20대 국회 전반기 여당 몫 국회부의장에 올랐다. 심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00명 중 272명이 투표에 참여, 237명의 지지를 받아 임기 2년의 국회부의장에 당선됐다.
당선되는 과정은 치열했다. 수도권 5선 중진인 심 의원(경기 안양 동안을)은 4선 중진인 김정훈 의원(부산 남갑)과 경선을 치렀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부의장 후보 선출 새누리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이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의총장 입구에 나란히 자리 잡은 이들은 의원 한 명 한 명 입장할 때마다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심 의원이 앞에 서서 스킨십을 했으며 김 의원이 바짝 붙어 선 채로 들어가려는 의원들과 악수를 했다. 심 의원의 모습은 다소 뻣뻣하게 느껴졌다. 교통사고로 불편한 몸 때문인지 그의 움직임은 정적이었던 반면 김 의원은 특유의 넉살 좋은 성격으로 더욱 살갑게 의원들에게 다가갔다. 심 의원이 대다수의 의원들에게 경어를 사용하며 대화를 시도한 반면 김 의원은 친분 관계에 따라 편안한 말투를 쓰며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대다수 의원들이 입장했을 무렵 김 의원은 "난 이런 경선 처음 해 본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심 의원은 "그러면 안 하면 되지 아이고~"라고 대꾸했다. 웃음 섞인 대화였지만 이들의 기싸움은 팽팽했다.
이어진 정견 발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 의원은 대체로 웅변투를 사용했다. 준비된 원고를 읽었는데 적절한 부분에 강조점을 두며 참석자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간간이 제스처를 취하며 한 편의 명연설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2년 전 같은 선거에서 정갑윤 의원에게 패한 경험이 있는 그는 "지난번 국회부의장 선거에서 낙선해 본 경험은 동료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보약이 됐다"고 동정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정반대였다. 준비된 원고가 있었지만 중간중간 애드립을 사용했다. 그는 "내가 부의장으로 딱이다. 부의장이 되면 의원님들이 외국에 1년에 한 번 이상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유머 섞인 발언을 해 의원들의 폭소를 유발했다. 연설보다는 친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였다.
흘러가는 분위기로만 볼 땐 김 의원이 당선되는 게 아닌가 하는 전망이 취재진 사이에서 나왔다. 특히 김 의원은 많은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돌리고 사무실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지며 유리한 구도로 흘러간다는 예상을 받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심 의원이 출석 의원 113명 중 과반의 표를 얻어 부의장 후보로 당선된 것. 여당 몫 국회부의장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부의장 후보 선출 규정 제22조에 의거 재적 과반수 투표와 투표의원 과반수 획득한 자가 당선자로 결정된다"며 "중간 개표 결과 심 의원이 과반을 넘었으므로 개표를 중단한다"며 심 의원의 당선 사실을 알렸다.
심 의원은 "의원들의 뜨거운 성원을 잊지 않고 여당 부의장으로서 앞으로 일을 잘 해나가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멋쩍은 미소를 짓던 김 의원은 일부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너무하네"라며 소리내어 웃었다. 농담 섞인 발언이었지만 그의 서운한 감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비공개 의총서 고성 섞이며 의원 간 언쟁, 정진석 "나보다 오래해봤나"
한편 이날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 된 이후 의원 간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참석 의원에 따르면 함진규 의원은 "총선 참패 후 계파 청산을 선언했는데 왜 아직도 친박, 비박, 친이 이런 말이 나오느냐. 정말 심하다"며 "자꾸 계파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두들겨 패고 싶다"고 거친 발언을 토해냈다.
그러자 하태경 의원이 발언을 신청해 "말이 심하다"고 함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정진석 원내대표는 "나보다 의정·정치활동을 오래 하셨느냐. 여소야대 국회를 경험해 본 적이 있으시냐. 엄중한 시기에 우리가 이렇게 또 싸우면 국민들이 도대체 어떻게 보시겠느냐"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