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없었던 새누리 경선, 상향식 배제 빌미?
현역 경선 통과율 74%...지역구 떼놓고 분석하면 82%
전문가 "계파 간 절충으로 교체 소폭에 그칠 가능성 ↑"
지금까지 발표된 새누리당의 1·2차 공천 경선 결과에 '혁명'은 없었다. 현역 의원들의 경선 통과율이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간 김무성 대표가 "100% 상향식 공천제는 정치 개혁의 완결판이자 우리 정치사의 혁명"이라며 "유망한 정치 신인들이 정치권에 대거 수혈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공언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향후 상향식 공천제 배제의 포석을 두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13일 발표한 1차 경선 결과는 현역 의원들의 완승에 가까웠다. 5차 공천 결과 발표까지 경선에 현역 의원이 오른 경우는 총 56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1명의 경선 결과가 나왔지만 탈락자는 박성호 의원(경남 창원의창)과 윤명희 의원(경기 이천) 2명 뿐이었다.
윤 의원은 지역구 의원에 처음 도전하는 비례대표여서 해당 지역구에선 정치신인에 가깝다. 박 의원을 꺾은 박완수 예비후보는 지난 2004년부터 10년 이상 선출직 창원시장으로 재임했기 때문에 정치신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14일 오전 기습 브리핑을 열고 "더불어민주당과의 공천 모습이 우리가 개혁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저도 받고 있다"며 "우리 당은 개혁성을 발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시스템이라 공관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경선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선발하는 것 밖엔 없다. 경선에서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은 국민 여론"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이 위원장은 "저희 스스로 어떻게 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혁성을 띠도록 공천 후보자를 결정할거냐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자 의무이고 그것이 잘못되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까지와 같은 모습을 계속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물갈이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4시간 이후 이 위원장은 2차 경선 결과를 발표했지만 17개 지역구 중 탈락한 현역은 3명에 그치면서 여전히 현역 의원들의 경선 통과율은 강세를 보였다. 2차 발표에서는 지역구를 둔 의원으로는 창원마산회원구의 안홍준 의원, 속초-고성-양양의 정문헌 의원이 탈락했고 비례대표는 대전 중구에서 예비후보로 뛰던 이에리사 의원이 탈락했다.
1차와 2차를 합한 현역 경선 통과율은 74%나 되는 셈이다. 하지만 윤명희·이에리사·이재영 의원 등 3명의 비례대표를 제외하고 현역 지역구 의원들만 따로 떼놓고 경선 결과를 분석하면 현역 의원의 경선 통과율은 82%로 올라간다. 더민주가 소속 의원 108명 가운데 21명을 물갈이한 반면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157명 중 12명만 탈락시켰다. 새누리당의 현재까지 현역의원 교체율은 11.5%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제는 애초에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를 위한 시스템은 아니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보수는 기본적으로 나이가 드신 지지층이 많은데 이분들은 신진 인사들이 누군지 모른다"며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게 되면 최소 80% 이상은 현역이나 당협위원장이 되는 것이다. 상향식 공천제로 현역 의원 물갈이를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라고 짚었다.
그는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로부터의 전략공천을 막기 위해 처음부터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드리겠습니다'라고 캐치 프레이즈를 걸었지만 대한민국에서 상향식 공천은 4년 동안 조직을 다진 현역 의원들이 절대적인 권한을 쥐고 있다"며 "속초-고성-양양의 이양수 후보의 경우 핵심 친박이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현역을 꺾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략공천을 하지 않고 상향식 공천제로 경선을 치르니까 현역들이 물갈이 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에 의해 앞으로의 경선 발표에서 현역 의원 대폭 물갈이의 가능성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보에 "발표 안 된 지역이 남아있긴 하지만 얼마나 전략공천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처음에는 이한구 위원장이 인재영입, 전략공천을 상당 수준 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일련의 파문을 겪으면서 핵심 중진들은 다 살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태환 의원을 필두로 친박 중진 일부를 치면서 나머지 비박 중진 전부와 비박계 상당수를 쳐낼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윤상현 의원의 욕설 파문으로 결국은 쳐내지 못하고 계파 간 흐지부지 절충을 하는 것 같다. 결국 수도권과 TK 지역에서 예정됐던 비박계들을 쳐내는 작업은 하겠지만, 원래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는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