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번 총선엔 '찌라시'가 여당에만 집중될까
‘물타기’ 또는 유리한 이슈 만들려 제작·유포
새누리 계파간 치킨게임 양상, 더민주 일사분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확인되지 않는 정보들로 물들고 있다. 이른바 지라시(찌라시)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정치권 안팎에 전달되고 있는 것. 주목할 점은 이러한 지라시가 여당인 새누리당 관련 내용은 많이 공유되는 반면, 야당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권력 싸움’에 있다.
최근 새누리당에는 정국을 강타한 ‘윤상현 막말 파문’과 관련해 다양한 지라시가 생산·전달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이 통화한 사람, 대화 내용에 언급된 A·B 의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 녹취자와 배후 인물 등이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고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윤 의원의 통화를 녹음한 사람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은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은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와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안 의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지라시에는 ‘인천 안상수 의원 측이 녹음해서 안상수가 유출했다’고 적시돼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므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당장 선관위와 거말에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6일 새누리당에는 ‘살생부 명단 40명’ 지라시가 확산된 바 있다. 당시 김무성 대표와 정두언 의원이 진위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결국 김 대표가 책임지고 사과했고, 공천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또한 여의도연구원이 실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선 여론조사 결과가 담긴 사진 6장이 지난 3일 유출됐다. 각 지역구별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들의 지지율이 담겨 논란이 됐다. 하지만 왜곡 조작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새누리당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에 비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관련 지라시는 상대적으로 적다. 당내 공천을 뒤흔들 수 있는 내용이 많은 새누리당에 비해 두 당의 경우 컷오프 예상 명단 등 소규모이며, 특히 실제 사실로 확인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가에서는 ‘권력 다툼’ 여부가 지라시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지라시는 여론을 뒤흔드는 파급력, 일명 ‘물타기’가 필요할 경우나 자신의 진영에 유리한 이슈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 작성·유포된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가 첨예하게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새누리당에 비해 야당에는 진영이 없어 상대적으로 지라시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의 최근 지라시 모두 계파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살생부 파문과 여론조사 유출 논란과 관련해서도 친박계와 비박계가 설전을 주고받았다. 특히 윤 의원의 막말 파문이 일파만파 하면서 일부 진영에서 살생부 파문과 여론조사 유출 논란을 ‘물타기’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윤 의원의 막말 파문 전까지 김 대표의 리더십은 흠집 났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비박계도 주춤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는 비박계가 친박계를 몰아세우고 있으며, 결국 공천관리위원회가 분열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11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야당에 비해 지라시가 많은 것은 양 세력이 호각인 만큼 여론을 떠보거나 흠집 내야 하는 ‘한 방’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지라시가 많이 생성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야당은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나가고 친노(친노무현)의 기가 꺾인 상태”라며 “이 떄문에 누군가를 건드려야 하거나 물갈이가 필요하지 않아 지라시 생산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도 통화에서 지라시 양이 다른 것은 ‘갈등의 차이’라고 해석했다. 해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경우 친박과 비박이 서로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 상황에서 지라시를 통해 물타기 혹은 기선제압이 필요했을 것이다. 야당은 싸울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모바일 메신저 특성상 최초 유포자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생산이 많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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