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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의 날' 앞뒀지만 북 여성들에겐 '성폭력' 만연"


입력 2016.03.07 13:24 수정 2016.03.07 13:25        박진여 기자

뉴코리아여성연합, 북여성인권실태 고발하는 기자회견 개최

증언자들 "열악한 근무환경에 성폭력 만연해도 알리지 못해"

북한에서 열차승무원, 농장원, 군인, 해외파견을 경험한 탈북여성들이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북한여성인권유린실태를 낱낱이 고발하고 나섰다. ⓒ데일리안

북한에서 열차승무원, 농장원, 군인, 해외파견을 경험한 탈북여성들이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북한여성인권유린실태를 낱낱이 고발하고 나섰다.

탈북여성 단체인 뉴코리아여성연합은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에는 여자가 없습니다’라는 제하의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북한에서 다양한 직군에 종사했던 여성들을 증언자로 내세워 북한여성인권실태를 고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과거 북한에서 열차승무원, 농장원, 군인, 해외파견 노동자, 꽃제비로 살아온 5명의 탈북여성들은 이 자리에서 북한에는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자신들이 겪어온 인권유린실태를 눈물로 호소했다.

증언자들에 따르면 북한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 열악한 근무환경과 더불어 암암리에 벌어지는 군인이나 상급 관리자들에 따른 성추행이나 성폭행, 또 임금의 상당부분이 북한정권의 통치자금으로 넘겨지고 있음에도 이를 ‘인권유린’이라고 인식조차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체사상을 표방하는 북한은 인간중시, 인간존중, 인간사랑을 강조하며 ‘인권’이란 개념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게끔 세뇌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북한 내 북한을 대상으로 한 인권기구는 없지만 한국을 대상으로 한 남조선인권대책협의회를 운영하는 등 ‘도적이 매 드는 격’으로 상대국에 대한 인권공세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열차승무원으로 근무했다는 증언자 김은미 씨는 이날 북한 열차승무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군인들에 의한 여성 승무원들의 성폭력 실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김 씨는 “북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열악한 환경으로) 정시에 도착해야할 열차 운영이 잘 안 돼 열차 안에서 굶고 고생하는 건 둘째 치고, (열차 안에) 전기도 물도 없어 식용유를 가지고 다니며 화장을 지우고 당시 1회용 생리대도 없어 계속 재사용하다 몸에서 악취가 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관리를 제대로 못 한다며 승객들에게 욕을 얻어듣고 관리일꾼들에게는 처벌받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열차 내 군인들에 의해 부정 승차한 여성들이나 여성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일삼는 행태가 만연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열차 안에 군인 칸이 있는데 저녁시간마다 전기가 차단되는 것을 노린 군인들이 승무원이나 부정승차 등으로 걸린 여자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이나 강간하는 행태가 만연했다”며 “당시 한 열차원은 퇴근하던 중 군인들에게 무리로 성추행을 당하고 말할 데도 없어 감추며 생활하다 정신병에 걸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군인이나 상급관료에 의한 폭행에 무방비하게 노출됐음에도 이를 보호하는 사회적 보장이나 서비스 혜택이 전무해 피해자의 경우 꽃제비가 돼 산과 들에 먹을 것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일이 만연했다는 증언이다.

또한 북한의 여성 열차승무원들의 경우 남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대상이라는 증언이 잇따랐다. 오랜 시간 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성폭행 등에 노출돼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깔려있어 여성 열차승무원들을 배척해야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열차승무원뿐 아니라 군대 내에서도 성폭행 등 각종 폭력이 비일비재하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정권 차원의 인권기구도 전무하고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도 생소한 북한에서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해 이런 사건들이 암암리에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과거 북한군 간호사로 근무했다는 증언자 최수향 씨는 “북한군 병력이 부족해 동원된 여군이 전체 군의 30%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남성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복무하다가도 남성 상급자들에 의해 성추행·성폭행을 당하는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며 “군에서 밤마다 사업보고를 하는 시간이 있는데 꼭 저녁시간에 불러 가기 싫다고 의사표현을 하게 되면 분단 전체에 훈련이나 교육을 시키는 등 집단처벌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최 씨는 “이런 상황에 사업보고를 맡은 분대장은 대원들에게 교통을 겪게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상급에게 바치고 임신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결국 이 사실이 분대에 알려져 북한에서 불명예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생활제대를 하게 돼 자살까지 하기도 했다”고 눈물로 전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북한군에서 6년간 간호사로 복무하며 제 분대장이 상급에게 매일저녁 찾아가 사업보고를 하면 남다른 것을 요구받고 그걸 견디기 어려워 의사표현이라도 하면 그 아래 대원들에게 돌아오는 처벌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인 걸 알기에 기꺼이 자신을 던졌다”며 “분대장이 대원들을 위해 죄책감을 껴안고 기꺼이 자신의 몸을 바쳐 임신까지 하게 돼 결국 생활 제대까지 당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 목소리로 “김정은 체제에서 그 체제유지를 위해 자신이 인간으로서 인권이 뭔지 모르고 여성의 아름다움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배고픔에 농사짓고 자신을 바치며 어렵게 군에 복무하고 있는 여성 군인들을 위해 인권을 알리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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