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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의 결재 안받으면 마비되는 국회 놔둘건가


입력 2016.01.29 06:06 수정 2016.01.29 06:08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굿소사이어티 칼럼>국회가 제 할일 안하면 해산되도록 해야

한국의 의회정치가 비틀거리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국민과 국가환경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법률들을 깔아뭉개고 앉아 엉뚱한 짓들만 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한국의 의회정치를 마치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처럼 만들고 있다.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대중의 욕설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어도 국회의원들과 정당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워낙 얼굴이 두꺼운 그들이기는 하지만.

한국 의회정치가 루게릭병에 걸린 것처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국가나 민주주의 중 어느 하나가 망하거나, 아니면 국가와 민주주의가 다 같이 망하는 사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런 불행한 사태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국회의원들이 자각하여 입법활동을 제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그런 일을 할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심각한 지경에 처한 한국 의회정치의 루게릭병은 국민이 나서야 비로소 고쳐질 수 있을 것이다.

루게릭병에 걸린 한국 의회정치

국민이 한국 의회정치의 루게릭병을 고치려면 우선 그 질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 이 나라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제 몸조차 가누지 못하게 된 것은 국회의원의 보수가 적어서도 아니고, 국회의원의 숫자가 적어서도 아니다.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세계 최고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으며, 이 나라 인구 대비 국회의원들의 숫자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국회의원들의 보수도 높고, 국회의원들의 숫자도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의회정치가 루게릭병에 걸린 결정적인 원인은 두 가지이다. 첫째 원인은 국회의원들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아무리 안 해도, 따라서 국회가 제 기능을 아무리 오래 동안 수행하지 못해도 국회의원이나 국회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률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의회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국회가 제 할 일을 하지 않으면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 또한 범법행위를 한 국회의원을 국회가 보호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국회에서 폭력적 언동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엄중한 징계를 받고 있다. 헌법과 국회법 등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조문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원인은 정당들이 의회정치의 효율화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의 헤게모니 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운동권출신들은 한창 ‘운동’을 전개할 때 민족해방 민중 민주주의 혁명을 운동의 목표로 삼았던 사람들이다. 다 알다시피, 민족해방 민중 민주주의 혁명(NLPDR)은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궁극적 목표로 하는 혁명이다.

더민주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운동권 출신들은 과거의 혁명투쟁에 대해 분명하게 자아비판이나 전향선언을 한 사실이 보도된 바 없는 사람들이다(적어도 필자는 듣지 못했다). 따라서 그들은 과거와 같은 혁명투사는 아닐지 몰라도, 의회민주정에 대한 애착심을 결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으로 해서 더민주는 의회민주정의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집권당인 새누리당도 의회정치 효율화에 무관심한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그런 탓으로 해서 여야 정당은 국회 선진화를 명분으로 국회의 기능마비를 초래하는 국회법개정을 합의 통과시켰던 것이다.

판을 바꿔야 의회민주정 재활된다

이 나라 의회민주정이 정상적인 의회민주정으로 재활되려면 이들 두 가지 원인이 해소되어야 한다. 국회가 제 일을 하지 않으면 자동 해산되도록, 그리고 행정수반이 자기의 판단에 따라 국회를 해산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쳐야 한다.

동시에 국회법을 개정해서 국회의원 개개인이 국민의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타인에게 맡기거나 비윤리적 및 폭력적 언동을 할 경우 국회의원을 즉각 처벌할 수 있게 하고, 국회 내 발언과 관련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범법 국회의원을 회기 중엔 체포할 수 없게 만든 특권을 없애야 한다. 아울러서 더민주를 운동권출신들의 헤게모니에서 해방시켜야 하고, 새누리당을 사상에 무관심하고 의회정치 효율화에 오불관언하는 정상배 그룹의 헤게모니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이 두 가지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나 현재의 정치판도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사항이다. 그 두 과제가 실행되려면 개헌이 행해져야 하고, 국회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현재의 정치판도에서는 개헌은 고사하고 국회법의 개정도 불가능하다. 국회법의 소위 ‘국회선진화’ 조항 때문에 운동권출신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더민주의 결재가 없이는, 바꿔 말하면 운동권출신들의 결재 없이는 국회가 아무런 입법활동도 할 수 없는 판국인데, 의회민주정의 기능마비를 좋아하는 운동권출신들이 그런 작업에 동의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을 국회의원들의 이익보호에 동원하는데 똘똘 뭉쳐있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태도 또한 국회의원들의 위상과 이익을 크게 저해하는 그런 과제를 실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그 과제가 실천되려면 한국의 정치판이 거의 통째로 바꿔져야 한다. 국회를 국회의원들을 위한 기구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국회의사당에서 몽땅 걷어내고, 국회를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기구, 국가의 당면문제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장소로 생각하는 사람들로 국회의석을 채워야 한다. 그러한 정치판 바꾸기는 주권자인 국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국민의 그러한 주권자적 대결단을 실행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이제까지 취해왔던 선택기준에서 벗어나서 정치판의 전면적 혁신에 초점을 맞추어 선택을 한다면 그 두 가지 과제가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

글/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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