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 결론 내린 조계사 신도회, 내부선 "당장"
<현장>조계사 신도회 임원 160명 1시간여 회의 끝 "6일까지 참겠다"
일부 임원진 "한상균, 그 전에라도 결단 내려야" 이견 보이기도
조계사 신도회 임원진이 1시간여 회의 끝에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을 오는 6일까지 조계사에 머물도록 사실상 허용했다. 그러나 임원진 내부적으로 한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한 이견이 여전히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사 신도회 임원진 약 160여명은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소재 조계사 경내 안심당에서 임원총회를 열고 지난달 16일부터 경찰 수배를 피해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 위원장과 관련한 사태를 논의했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오후 3시 10분경 총회 종료 후 안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6일 조계사에 피신한 한상균 위원장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며 “조계사는 하루속히 신도들이 누구나 참배하고 신행생활을 할 수 있는 청정도량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종무실장은 이후 취재진의 질문에 “나가달라는 데 의견을 모으지 않았다. 오늘 신도회 임원총회에 참석했던 임원분들께서는 좀 더 신도님들이 인내하고 참고 견디자고 하는 의견이었다”며 사실상 신도회 차원에서는 한 위원장을 오는 6일까지 조계사에 머물도록 허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신도회 임원진이 한 위원장에게 촉구한 ‘대승적 결단’과 관련, “신도회의 바람은 내일이라도 모레라도 글피라도 하루속히 이 사태가 원만히 정리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12월 6일) 전에라도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종무실장에 따르면 이날 총회에 참석한 신도회 임원진 사이에서는 한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일부 임원진은 한 위원장이 민중총궐기 2차 집회가 예고된 오는 5일까지 기다려달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조금 더 참고 기다리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일부 임원진들은 그 이전에라도 한 위원장이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표면적으로 ‘참고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내부적으로는 일부 신도들이 한 위원장의 은신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날 조계사를 방문한 불교신자 중에는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는 이들도 여럿 찾을 수 있었다.
경기 양주시에서 불공을 드리러 조계사를 찾았다는 70대 임정순 씨(여)는 ‘데일리안’에 “일부러 불공을 드리러 여기까지 왔는데 불편해도 보통 불편한 게 아니다”며 “이쪽(조계사)에서 어떻게 하든가 해야지 뭐가 잘못됐어도 한참 잘못됐다”고 고개를 저었다.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던 60대 이위영 씨(남, 서울 강서구)는 한 위원장의 이름을 거론, “실정법을 어겼으니 당연히 혐의가 있는 것이고, 좌우지간 잘못된 것은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기자회견 도중 불교신자로 추정되는 한 시민은 이 종무실장이 “신도회 임원들이 인내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자 그를 향해 “뭘 참아요. (한 위원장) 내보내주세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조계사 신도회 회장단 15명은 한 위원장을 찾아 조계사에서 나가줄 것 요청했으나, 한 위원장이 이를 완강히 거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한 위원장이 입고 있던 승복이 찢기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주노총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일부 신도분들이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고 강제로 들어내려 했다니, 민주노총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신변을 의탁한 처지에 나가달라는 신도분들의 의견을 들을 도리는 있으나 걸칠 옷 하나 내줄 수 없다는 야박함엔 서운한 마음과 안타까움을 가눌 수 없다”며 조계사에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거듭 요청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과 관련, 조계종 화쟁위원회 측은 1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그 분(신도)들과 의견을 충분히 나누지 못한 저희의 책임”이라며 “우발적인 일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동법 개정 관련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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