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중국 전기차 시장 선점 올인 이유는
전기차 대수로는 적지만 순수전기차 비중 높아
배터리 물량으로는 이미 미국 넘어섰다는 분석
삼성SDI와 LG화학이 잇따라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하면서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향후 전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꼭 선점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아직 매우 작지만 잠재력이 커 향후 성장성이 높을 전망이다.
특히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하이브리드(HEV) 대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순수전기차(BEV) 비중이 높아 배터리 기준으로는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NI R&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시장 규모는 8만1000대로 일본(98만대), 미국(57만1000대), 유럽(33만3000대) 등에 비해 차이가 크다.
하지만 전년도(2만2000대) 대비 약 4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순수전기차가 5만대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을 정도로 성장 가능성은 풍부하다.
홍유식 INI R&C 대표는 “중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성만은 뚜렷하다”면서 “중국 정부가 한 발 늦은 하이브리드보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순수전기차 육성에 더욱 힘쓰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대수 기준으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작지만 배터리 물량 기준으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순수전기차가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해서 탑재되는 배터리 물량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중국은 순수전기차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또 다른 시장 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에서 출하된 전기차(하이브리드카 포함)는 총 10만5822대로 같은기간 미국(37만8050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배터리출하량(Kwh) 기준으로 보면 206만7893Kwh으로 미국(206만6284Kwh)을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신재 SNE리서치 상무는 “배터리 물량 기준으로는 이제 중국이 미국보다 더 중요한 시장이 되어 가고 있다”면서 “중국의 전기차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성장 잠재력 때문에 국내 대표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시장 공략 기반 마련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LG화학은 27일 중국 난징에 2만5000㎡ 면적에 지상 3층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 한국(오창)-미국(홀랜드)-중국(난징)의 삼각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난징 공장은 순수전기차 기준으로 연간 5만대 이상,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기준으로 18만대 이상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췄다. 또 기존 오창공장(10만대)과 미국 미시건주 홀랜드 공장(3만대) 생산 규모를 합피면 연간 순수전기차 기준으로도 18만대 이상으로 국내외 최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삼성SDI도 이보다 앞선 지난 22일 중국 시안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된 이 공장에서는 연간 전기차 4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으며 오는 2020년까지 6억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자해 1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두 업체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성장세와 달리 중국 현지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력이 아직 크게 못 미친다는 점도 현지화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에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최근 폭스바겐 사태와 맞물려 전기차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배터리업체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